개방성 중심 천년제국 로마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
UN 5월21일 기념일 지정도
국내 외국인 200만 넘지만
'다문화가족' 용어로 차별
이탈리아 반도 지중해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로마가 드넓은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핵심은 개방성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형성했던 제국이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로마인의 지배 기득권을 다른 민족에게도 활짝 열어줬기 때문이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 지금부터 500여년 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태동한 르네상스 예술도 억압적인 기독교 문명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받아들이며 꽃을 피운 결과 지금을 사는 우리의 영혼에게 매력적인 예술로 남아있다.
물론 르네상스를 거치며 형성된 서양 근대기에 민중을 억압하고 밖으로는 제3세계를 침략하며 '문예부흥'이라는 애초 이상으로부터 추락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상스가 일깨운 다양한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은 지금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지난 2001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유네스코는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자국의 문화를 유지하고 종의 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을 채택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세계화가 약자의 문화를 소외시키거나 약하게 만들 우려가 많아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의 선언이다.
이후 UN은 2002년 12월 문화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만국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월 21일을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정했다. 한국도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문화다양성을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은 10년 뒤 10가구 중 1가구가 다문화 가정일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한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한국인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배타적이면서 차별적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실업이 증가하면 국내에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를 탓하거나 간혹 외국인 범죄가 일어나면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등 '제노포비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는 그들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기 보다는 아직도 당사자들을 구분 짓고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사용되기 일쑤다.
온전히 '사랑'을 바탕으로 탄생한 다문화가족에게도 '국적 취득 때문에', '일자리를 얻으려고', '형편이 나빠서' 이뤄진 특별한 가족일 거라는 편견 섞인 시선으로 대하는 것은 남 얘기가 아닐 것이다.
이에 경인일보는 앞으로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한국사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달라서 더 재밌고 그래서 더 풍요로운 삶의 모습과 문화적 가치가 있는 현장에 찾아갈 예정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주민 청소년들과 이주 여성을 만날 예정이고, 때로는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문화를 소개할 계획이다.
또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고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 현장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모습도 지면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