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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주민들은 언제든 한국으로 오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권고사(辭)를 들었던가. 러시아의 북한 건설 노동자까지 집단망명 신청을 했다. 북한 해외 노동자는 러시아에만 2만8천명, 전 세계에 5만8천명으로 추산된다지만 드디어 탈북 도미노 조짐인가. 고위급 인사만 해도 1997년 노동당 비서 황장엽의 귀순은 예고탄이었다. 지난 7월엔 인민무력부 현역 소장이 비자금 450억원을 갖고 탈북했고 8월엔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0월 들어선 조선노동당 과학교육부 보건1국 소속 의료행정당국자가 가족 동반 탈출했다. 보건1국은 김정은이 이용하는 평양 봉화(烽火)진료소와 남산병원 등에 약품과 의료 기기를 공급하는 부서라는 거다. 김정은의 충격이 클 수밖에….

1989년 11월 9일 독일 분단 28년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이 열리자 망치와 곡괭이로 그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서독 청년들을 가리켜 미국 언론은 'creative demolition(창조적 파괴)'이라고 했다. 한반도 DMZ 철조망이 걷히는 날도? 박대통령은 최근 잇단 탈북을 가리켜 '먼저 온 통일'이라고 했다. '통일 마중물'이라는 건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목숨을 건 동독 탈출 난민은 1만500명이었고 장벽이 무너진 후 동→서독 이주민은 72만 명이었다. 1990년대 초 쿠바→미국 난민만도 수십만이었고 내전 중인 시리아는 인구 2천300만 중 420만이 해외 탈출, 760만이 국내 피난 중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는 작년 말 현재 전 세계 해외 탈출 난민과 국내 피난민이 6천만 명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금년 말 보고서엔 탈북 난민 수가 얼마나 추가될 것인가.

그런데 통일 독일은 환상곡만이 아닌 둔주곡(fuga)이었고 침울했다. 통독 20년 간 동독에 퍼부은 돈이 1조3천억 유로였다고 2009년 11월 독일 언론이 보도했고 동서독 간 이질감은 아직도 난치(難治) 중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또 박대통령의 탈북 권유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한 독수리 눈초리, 그리고 만화 '똘이장군' 놀이처럼 웃긴다는 시각이다. 하긴 오지 말라고 해도 줄줄이 넘어올 걸 왜, 굳이 오라고 재촉을 해대는 것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