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스포츠는 짧은 시간에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게임개발, 방송, 장비 등 각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출했다. 이러한 e-스포츠의 발생과 성장은 현대에서 새로운 사업이 개념수립부터 구축까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를 보여줬고, 기존의 산업과 차별화된 업종도 자생적 수요만 충분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흔히 드론이라 부르는 소형무인기의 성장이 놀랍다. 군사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고가의 대형 무인기는 전자부품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그 기술이 저가의 개인 취미용 시장까지 전파되었다. 잘 갖추어진 전자부품 생태계를 갖춘 중국은 개인 취미용 드론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되었다. 비교적 고성능의 중형급 드론 기술은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앞선 나라들에 들어간다. 하지만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에 안전에 무리 없고 쉽게 운용할 수 있는 취미용 드론을 개발해 내는 능력은 솔직히 중국이 우리보다 한 수 위다.
드론의 보급은 드론의 활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제 경주나 촬영용 드론을 가지고 조작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개인의 드론 활용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드론 경주다. 각종 드론 경주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국가 간의 경쟁은 물론 국내에서도 지자체 및 단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경쟁은 드론 경주라는 신종 분야의 정착에 기여할 것이 명백하다. 마치 e-스포츠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차별성 없는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것은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가져올 수 있다. 차별성 없이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대회는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안전문제 등에 소홀해지며 자칫 사고마저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면이 자주 노출될 경우 세계적인 드론 경주 활성화의 방향과는 달리 국내 드론 경주의 잠재력이 저하될 수 있다.
단순히 장애물을 넘어 빠르게 결승에 도달하는 현재의 일률적인 드론 경주방식은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도 부족하고 빠른 속도로 인해 관중들과 같이 호흡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드론 경주대회가 e-스포츠처럼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면이 극복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이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단순히 상금규모로만 대회의 질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경주의 내용으로 차별성이 생길 것이다. 일단 주도권을 쥐게 된 드론 경주방식은 이후 세계적인 카르텔을 형성하고 대회개최와 방송중계 등 산업의 이익을 독점할 것이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차별화된 드론 경주가 지역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인천시의 체계적 계획수립과 지속적 지원이 기대된다. 잘 조직된 드론 경주대회는 참여하는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흥을 제공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항공산업육성을 내세우는 인천시는 드론 경주대회를 하나의 아이템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천은 드론 경주 활성화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비교적 넓은 드론비행 가능 구역은 서울의 드론비행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로봇랜드, 아시아드 주경기장 등 넓은 유휴시설은 적절한 시설 보완을 통해 훌륭하게 드론 경주 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천편일률적인 진행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경주내용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국제협력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중국, 일본과의 연계를 통해 동아시아권 협력체제가 전 세계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과 적절한 지원책은 인천을 드론산업의 선도 지자체로 만들고 항공우주 R&D의 중심이 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최기영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