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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꽃은 평화, 사랑의 상징이다. 호박꽃이라도 그렇다. 여기 그림 하나가 있다.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는 시위대.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거리화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의 대표 벽화다. 그의 그림은 사회 비판적이지만 따뜻하고, 넘치는 위트 때문에 놀라운 메시지 전달력을 갖고 있다.

"벽화는 싸구려 예술이 아니다. 한밤중에 몰래 작업을 해야 하지만 가장 정직한 예술 중 하나다. 누굴 선동하거나 선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이것을 전시하기 위해서 그저 동네의 가장 좋은 벽만 있으면 충분하다. 작품을 보기 위해 누구도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다." 뱅크시의 이 벽화는, 대기업 입사시험 시사문제에 나올 법할 정도로 아직은 우리에게 여전히 생소한 용어, 이제 우리가 얘기하려는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주로 쓰인다. 게릴라 가드닝은 남의 땅을 허락을 구하지 않고 불법으로 점유한 뒤, 그곳을 정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1973년 뉴욕에서 리즈 크리스티와 그녀의 동료들이 버려진 사유지를 정원으로 만든 게 시초였고, 언론으로부터 '도시를 아름답게 바꾸는 혁명'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뱅크시가 버려진 건물의 벽에 그림을 그리듯, 도심의 버려진 자투리 땅에 '정원'을 꾸미는 것이 게릴라 가드닝이다.

버려진 땅에는 어김없이 쓰레기더미가 쌓인다. 갈곳 없는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쓰레기 속에서 꽃이 필 수는 없다. 그곳에 정원을 꾸며 꽃을 심고, 그 꽃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정원을 만드는 행위자들은 여럿이지만 서로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단 이를 주관하는 단체가 날짜와 시간, 장소를 통보하면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정원을 만드는 식이다. 게릴라라고 명칭한 건 그런 이유다.

수원이 '무서운 도시'로 알려지는데 일조(?)했던 '오원춘 사건'.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던 수원시 지동 주택가에 '꽃밭'이 생겼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버려진 공터였다. 그곳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선도대상 청소년들이 지역주민과 함께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꿨다. 게릴라 가드닝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화단 이름은 '함께 하는 꽃밭'. 검찰은 어두웠던 동네에 꽃밭이 생겨 범죄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주민 얼굴에도 웃음 꽃이 함께 피었으면 좋겠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