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환경연구원장 이성모
이성모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오늘날 채식과 육식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이 책과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MBC 다큐멘터리 '밥상, 상식을 뒤집다-지방의 누명'이 방송된 이후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를 통한 다이어트가 화제다. 이는 채식주의자들에게 그동안 일방적 수세에 몰려 있던 육식주의자들의 반격이라 평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현대 전문가들은 고지방 다이어트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면서 채식·육식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양질의 균형 잡힌 식단을 권장한다. 이는 채식만으로 신체 활동 에너지와 철, 아연, 칼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 B12 등 육류에 포함된 다양한 영양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의 25%를 소비하며 뇌 활동을 위해 고단백질, 고칼로리 식품이 필요하고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육식은 필연적이라고 알려져 왔다.

미국 과학저널 e-life에 따르면 2014년 200여 개 국가의 만 18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여성 평균 신장은 162.3㎝, 남성은 174.9㎝로 아시아에서 가장 컸으며, 남녀 신장 증가 폭도 최상위권이었다. 이러한 급격한 신체 발달은 1970년 국민 1인당 5.2㎏에 불과했던 육류 소비가 2015년 47.6㎏으로 9배나 증가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육식은 인류 발전과 우리 국민들의 신체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인의 필수적인 먹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육식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돼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부정적 측면은 과다한 육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만,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과 가축의 사양 및 축산물 생산·가공 과정에 사용되는 유해 물질들이 적절하게 제거되지 않음으로써 국민 건강에 위해를 주는 경우다.

국내 가축 사육 두수는 소 300만, 돼지 1천만, 닭·오리 1억8천만 마리다. 대량 소비에 맞춰진 대량 생산 체제의 밀집 사육 환경은 가축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으로부터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항생제 등 다양한 약품 사용이 필수가 되어 항생제 내성 문제가 세계적으로 대두됐다. 올해 9월 유엔 총회에서 항생제 내성 관련 고위급 회담을 열고 193개 유엔 회원국이 '현대의학의 가장 큰 위협, 항생제 내성과의 전쟁'에 합의했다고 영국 대표 일간지인 가디언은 보도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유엔 총회 고위급 회담에서 앞서 논의된 에이즈, 성인병, 에볼라에 이어 네 번째로 논의되는 보건 이슈로, 항생제가 세계 보건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다.

EU는 2006년 이후 성장과 질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던 배합사료에 항생제 첨가를 금지했고, 국내에서도 2011년 7월부터 금지하고 있다. 또한 2014년 8월부터 동물 약품 수의사 처방제를 실시하여 전문지식이 필요한 20개 항생제에 대해서 처방제를 실시하고 2020년까지 40개 성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2003년부터 축산 분야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하여 2008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축산용 항생제 관리 구축 사업'으로 확대 실시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소·돼지·닭고기를 대상으로 항생제, 합성항균제, 농약 등 143종의 잔류물질에 대해 모니터링 검사와 규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4천374건의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부적합 61두를 적발하고 해당 식육을 폐기하여 항생제 잔류 식육의 유통을 사전 차단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원은 양질의 안전한 축산물이 유통될 수 있도록 첨병 역할을 보다 충실히 담당하여 시민 건강 유지에 적극 노력하고자 한다.

/이성모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