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禁法이 불공정 대가 우려되는
부정한 교류를 적절히 규제하는
名劍되고 탄탄한 울타리 되길…
비싼 것보다 떳떳한 마음의 선물
정당한 대가와 절제된 교류를
촉진하는 전환점 되기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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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최근 병원재단을 개원한 법원 조정위원 동료에게 축하선물로 기념식수용 길상목(吉相木)을 보내려다가 지난달에 발효된 부정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 편의상 '부금법(不禁法)' 이라 약칭함)을 상기하며 잠시 멈칫하였다.

법원 조정위원도 조정업무와 관련해서는 부금법 상 준 공직자에 해당하는데 선물가액 상한인 5만원이 적용될지, 아니면 화환처럼 경조사에 해당하는 경축 조위의 상한인 10만원에 해당할지, 나무 대금과 배송료를 합쳐 금액 상한을 넘으면 위반이 되는지, 법원 조정업무와 상관없이 사업발전을 축하하는 순수한 선물이니 시행령상 금액 상한을 넘어도 괜찮은지, 조정위원은 업무 관련 해당성 없을 때는 민간인이니 애당초 법률상 100만원 상한을 넘어도 상관없는지, 본인은 민간인이지만 소속 병원이 교육재단 관련이거나 혹 그 배우자가 공직자인지 등등, 부금법의 여러 금지조항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의 축하선물 하나 하는데 이렇듯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하는가?

근자에 학부모나 학생이 선생님께 캔커피나 꽃을 선물하는 것도 부금법에 저촉되느냐를 놓고, 소관부처인 국가권익위가 '위반된다'는 해석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의 질의답변에서 권익위원장은 캔커피 한 박스를 선물하면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원론적 해석이었을 뿐, 캔 커피 한두 개나 꽃 한 송이 정도의 선물은 무방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소박하지만 훈훈한 사제간 마음의 교류까지 법적 잣대로 가늠해야 하는가?

부금법 시행 이후, 초기에 본보기로 적발 보도되어 거국적으로 창피당하고 소속 기관에 누를 끼칠까봐, 소나기 올 때 비 피하는 심정으로, 관공서에서는 관련 민간단체나 시민들과의 정례적인 식사 교류나 업무 협조 차원의 친목행사까지 취소, 보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공무원 교육자 언론인 및 준공직자들은 아예 접촉과 교류를 기피해야 하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촉(不可觸) 계층이 될 수도 있겠다.

부금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이므로 실제 재판사례가 보도된 적은 아직 없다. 법원도 구체적이고 뚜렷한 증거나 근거가 없는 고발은 심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근 대통령도 이 법을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정상적인 민관교류나 대관업무가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훈시를 내렸다.

부금법 입법의 원래 취지는 무절제한 회식, 선물 및 경조사 풍토, 부정청탁 등을 규제하여 공직 수행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고 사회 전반에 절제된 인적 교류를 정착하고자 함이다.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린다면, 성숙된 자본주의와 선진사회로 나가는 초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률의 본질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상식의 연장이며 특히 형벌 조항은 해석의 여지가 적도록 단순 명백하여야 한다.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과 부정청탁, 금품 등에 관한 규제 조항의 모호성 및 처벌 대상의 광범위성으로 인하여, 원활한 공직수행과 민관 소통이 경직될 우려가 크다. 일단 부금법 위반 의심으로 고발되면 조사 재판받는 자체만으로, 최종 유무죄의 여부를 떠나, 해당 공직자 및 그 소속기관이 명예와 신뢰에 큰 상처를 입는 등 앞으로 많은 논란과 판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금법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는 위법성 판단 기준인 사회상규(社會常規)를 탄력적으로 고려하고, 법 개정의 기회가 있다면 법 조항을 압축 단순화할 필요가 있겠다. 명검(名劍)은 높이 걸어만 두어도 그 가치를 다하듯, 우리 사회에서 부금법이 불공정한 대가가 우려되는 부정한 교류를 적절히 규제하는 명검이 되고 탄탄한 울타리가 되기를 바란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로움을 추구할 때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공자 말씀처럼 우리 국민의 의식이 성숙되어 부금법이 비싼 가격보다 떳떳한 마음이 담긴 선물, 정당한 대가와 상호 유익하며 절제된 교류를 촉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