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따뜻하게 몸을 데워주는 여자 매우면서도 향긋하게 실눈으로 웃는 여자 황토색 발을 가진 여자 못생겨도 정 많은 여자
이지엽(1958~)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곡선의 땅이 강한 생명력으로 직선의 사물들을 키우듯이 어머니도 세계의 순수하고 신비로운 의미를 가진다. 존재가 존재의 몸에 기거하며, 그 틈 사이 존재가 존재를 뚫고 나오며, 그 존재의 상처를 상처로 보듬으며, '울퉁불퉁'하게 변해버린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찾아 볼 수 없는, 숭고의 다른 이름이다. 추울 때 "따뜻하게 몸을 데워주는 여자"로 살다가, 세상이 "매우면서도 향긋하게 실눈으로 웃는 여자"로 고통을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한 어머니의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토색 발"과 같이 투박한 땅의 형상을 하고 있다. 자신이 키워낸 모든 생명에게 크기와 길이를, 넓이와 부피를 계산하지 않는 '대지의 어머니'는 황토와 같이 자식을 위해 퇴적된 마음이 쌓여있지 않겠는가. 어제 보다 바람 많이 부는 날이면 "못생겨도 정 많은" 사람이 한 없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