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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규 문학평론가
2017년 12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대권 도전자들은 너도나도 몸풀기(?)에 나섰다. 그들이 내놓은 정책 중 '모병제'를 두고 논란이다.

창세기 이후 인류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쟁이다. 그 전쟁의 억제 수단이라면 오직 강한 군대뿐이다. 문제는 어떤 경우든 전쟁은 생명을 담보로 한다. 그래서 누구나 입대를 기피한다. 이 때문에 국가는 법으로 일정 연령에 달한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지우고 강제적인 징병제도를 채택했다. 그런 것이 점차 직업군인으로 전환, 지원자를 모집하는 모병제로 바뀌고 있다.

모병제는 중국 당나라 헌종 때 지방 절도사 등 토족에게 사병을 인정하면서 이들이 군인을 모병, 세를 과시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근대 모병제는 246년 전인 1770년 호주에서 시작해 미국, 일본,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으며 최근엔 대만도 모병제로 전환해 현재 76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모병제는 생명위험 때문에 재력·권력이 없는 자들의 몫이라는 점과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필요 병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지만 인재 활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 감소와 젊은이에게 직업을 제공한다는 점, 필요 인원만 선발 효율을 극대화하고 탈영, 군 내부사고, 자살감소와 인권침해방지, 병영 부조리 등 부적절한 행위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은 모병제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창군 이래 헌법에서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따라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단 예외적으로 육군 지휘관과 해군, 공군 등에서 일부 모병제를 병행하고 있다. 한때는 충원자원이 넘치기도 했었으나 1960년대 이후 철저한 가족계획정책으로 신병 충원이 절대 부족해 군 생활 부적합판정을 받은 젊은이들까지 입영시키는 등 현재 육군 내에는 적지 않은 관심병사가 쓰기에 따라 엄청난 흉기로 변하는 무기를 소지하고 근무하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총기 난동으로 많은 부대원들의 사상, 선임병의 폭언·폭행, 자살 등 군대 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입영시키는 데에는 병력 충원자원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국민개병주의에 따른 징병제가 원인이 되고 있다. 2014년 초 윤모 일병 사고 후 젊은이들이 입대를 꺼리고 있으며 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육군 사병에 대한 징병제도를 모병제로 개선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모병제 단점에서 보았듯이 비용부담 증가라는 문제가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군인들의 사기다. 사기가 떨어진 병력, 의무 때문에 마지못해 복무기간만을 채우려는 병력, 관심병사 등급 판정을 받은 병력, 그런 군대로 적의 침입에 적극 대응 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군인에게도 전문 지식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이 점을 감안해도 징병제를 모병제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병제 전면 도입이 쉽지 않다면 병과별 또는 기능별 모병제와 징병제를 병행 시행하되 점차 모병제로 전환, 부족한 병력을 확보하고 군 내부 가혹행위, 자살 등 사고를 방지하고, 젊은이들에게 군인이라는 새 직업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정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