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3.3㎡당 평균 가격이 4천만원을 돌파했고, 청약경쟁률도 400대 1을 넘어서면서 신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비싼 집을 살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9천만원이다. 물론 서울의 집값이 포함됐기 때문이지만 경기와 인천 등지에 들어선 아파트 가격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무조건 아파트를 사놓으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분양 아파트마다 치열한 청약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막대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규 공급 물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택 구입에 나서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은 서둘러 분양시장으로 뛰어들었고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액도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서민 대상 정책적 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연말까지 축소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출 가능 주택가격과 대출 한도를 큰 폭으로 낮춰 사실상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런 조건이라면 수도권에서 집을 장만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어설픈 대책에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대다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한 대책이 서민들에 대한 금융 규제라는 부작용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90%를 넘어서며 최악의 전세난을 겪고 있는 지금의 부동산 상황에서 서민들은 '빚내서 집을 사는 방법 외에 무슨 대안이 있을까' 라는 자조섞인 말을 늘어놓고 있다.
정부는 다시 부동산 대책 카드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부동산학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요인이 좌우한다'.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대책은 더 이상 쓸모없는 카드일 뿐이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