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득능력 한계 있다고 보는 편견
졸업해도 취업문 여는곳 드물고
배려 차원의 입시제도도 부족
동등하게 경쟁하지만 장애라고
종종 입학 불허해 높은 벽 실감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같은 또래 친구들이 대학 시험을 치르는 날에 조용히 눈물짓는 많은 장애학생들이 있다. 얼마 전 '바꿈'이라는 시민단체에서 만든 카드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장애인 교육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취학률은 68.1%인 데 비해 장애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겨우 15.9%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감안할 때 지극히 낮은 수치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째서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인의 비율이 이렇게 낮은 것인가?
우선 장애인의 대학 진학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장애학생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비장애인과 동일한 교육권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학생이 습득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애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전문적 직업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취업과 관련해 일부 제도적인 지원책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편견 없이 장애인에게 취업의 문을 개방하는 곳이 많지 않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기본적으로 대학 내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 시설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들을 배려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학은 재정적 문제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투자의 효율성을 이유로 사회적 당위성을 무시한 처사라 할 수 있겠다. 2009년 국가인권위 자료에 따르면, 장애학생이 한 명 이상 재학 중인 218개 대학 중 장애학생 지원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대학이 193개였으며, 장애학생 지원 관련 사항을 학칙에 반영하는 대학은 전국에서 겨우 80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장애학생을 배려하는 입시제도가 부족하다는 점과 비장애 학생들과 경쟁을 통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입학이 불허되는 사례가 아직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장애학생에게 대학의 문턱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높은 벽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정체성과 관련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대학이 현실에 맞게 준비된 직업인을 양성하고, 그에 대한 기초 소양을 닦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대학이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순수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애초 부정적 뉘앙스였던 '상아탑'과 같은 표현이 마치 순수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이건 대학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보편적 가치들을 실현하는 마지막 과정의 교육기관이라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한편, 민주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다원성에 입각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대학들이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리는 기본교육 과정부터 교육을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배워 왔다. 이는 헌법 31조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 기관은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를 실현함에 있어서 여전히 인식적 편견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 것을 배려로 여기는 세상은 결코 민주적 다원성이 보장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고귀한 가치에 대해 대학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장애학생들이 꿈을 이뤄가기 위한 다양한 길이 열리고, 이들이 희망의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원한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