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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통령과 총리 등부터 회고록 쓰기 경쟁을 벌이는 이유가 뭘까. 돈은 많지만 덤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데다 '쓰셔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다. 미국의 배우 출신 레이건과 땅콩장수 카터만 해도 1990년대 초 각각 200만 달러의 계약금부터 받고 회고록을 출판,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회고록 하면 영국 총리 처칠이다. 1955년 하야 이전의 '제1~2차대전 회고록'이 1953년 노벨문학상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그 회고록 내용과 문장이 얼마나 좋았으면 그런 상까지 받았을까. 금년 노벨문학상의 미국 가수 밥 딜런(Dylan), 그 노래 가사만큼이나 시적 문장이었던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51세인 작년에 회고록(Michelle Obama: A Life)을 내 화제가 됐고 박근혜 대통령도 55세인 2007년 회고록(絶望鍛鍊了我→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을 중국서 출판,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명사들 회고록이 거의 매번 논란과 시비를 부르는 까닭이 뭘까. 거의가 글쟁이 대필인데다가 업적 분식(粉飾), 과장과 미화가 예사고 많은 관련인물이 등장해 자칫 왜곡과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출간된 미국의 조지 부시 회고록만 해도 빌 클린턴 등은 찬사를 보냈지만 재임 시절 독일 총리였던 슈뢰더는 '그의 회고록은 거짓말 범벅'이라고 혹평했다. 그 다음해 체니 전 부통령 자서전도 말썽이었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눈물을 글썽이며 찾아온 적이 있다'고 썼다가 '그와 알고 지낸 8년간 그런 기억은 전혀 없다'는 반박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쓴 성급한 회고록도 웃음거리다. 빌 클린턴 부부의 50대 회고록도 그렇고 34세의 리비아 카다피, 33세의 파키스탄 부토 회고록은 더욱 그랬다.

68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회고록도 성급했다. 흐루시초프처럼 구술(口述)로 쓸지언정 회고록이란 죽음을 앞둔 만년에 쓰는 게 정상이다. '사람이 죽으려하매 그 말이 착하다(人之將死其言也善)'는 게 논어 말씀처럼…. 아무튼 송민순 회고록 시비 내용이 섬뜩하다. 북에 여쭤보고 뭘 어쨌다는 건 노무현과 그 측근들로선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었다. 알현금 퍼주고 NLL도 어쩌자고 했던 사람들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