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실패작
서울 출장비 하루 7700만원
교통 등 총제적 비용 천문학적
국가경쟁력 높이고 비용 줄이는
대안마련 국민적 지혜 모아야
그들은 이들 법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과 호남,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강남과 강북 사이의 사회·공간적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에 지나치게 집착하였었다.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학자나 일부 정치인들을 수구, 꼴통, 보수, 기득권층들로 매도하면서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었다. 국가균형발전이 노무현 정부의 국정 기조임이 분명해지자 '수구세력 발목잡기, 수도권 지역이기주의 때려잡기', '강남세력 죽이기'등을 실천하기 위한 비장함까지 엿보였다.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권의 국가균형개발이라는 이념을 밀어붙여 국민의 이성을 중독시키려고 한 대표적인 실패작이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엄청난 사회비용 증가가 이를 웅변해 준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여의도 국회 등)에 왔다 갔다 하는 길에 뿌리는 출장비가 하루에 7천700만원에 달한다. 그밖에 심리적 고통에서부터 이주, 교통, 자녀교육 등에 따른 총체적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요즘 세종시 이전 이후 4년 관료사회가 길을 잃었다는 모든 언론의 공통적인 진단은 매우 충격적이다.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된 2013년 이후 공직을 그만둔 5급 이상 공무원이 3천296명에 달한다는 게 이를 시사해준다.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던 세종시의 고위직 관료들은 서울 중앙부서에서 밤을 새워 근무할 때처럼 국가업무에 대해 강한 책임감과 의욕을 상실해 가고 있다. 청와대나 국회의 최근의 정책 흐름이나 분위기에 대해서도 감이 약해지다 보니 절망상태에 빠져서 부서 간의 정책조율이나 기획업무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세종시 관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부작용과 실패는 당시 누구나 예견한 사항이었다.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기대어 오직 충청 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까닭이다. 세종시는 수도이전이 위헌으로 결정 나자 곧바로 노무현 정권이 몰아붙인 결과물이다. 그 후 이명박 정권에서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박근혜 진영의 논리에 의해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역균형이라는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인 혁신도시로 인해 공공기관과 공기업 121개 (수도권 소재 345개 공공기관 중)기관이 전국의 혁신도시로 산산조각이 나 흩어져 버렸다.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나 진주에 있는 LH 직원들이 상전부서인 세종시 국토교통부를 다녀오다 보면 하루가 다 날아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종시에 있는데 한전 전력거래소는 나주에,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에 있어 위기상황 발생 시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효율의 극치인 셈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편향된 시각이 오늘의 갈등과 불행을 부채질한 것이다. 국토균형발전과 같은 국토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은 국민의 편익증대와 비용감소가 수반될 때 실효를 지닌다. '사람의 번영(people's prosperity)' 은 고사하고 사람에게 불행만 주는 '지역번영(regional prosperity)'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종시가 안고 있는 비효율은 앞으로도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부서별 정책 추진에 있어서 서울과 세종 간에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함께 공무원들이 서울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사회와 시장 변화를 쫓아 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는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원제무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