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30대 남성 승객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 승객은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갇혔지만, 전동차가 그대로 출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5월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 서울시가 재발방지를 약속한지 불과 5개월만에 발생한 사고여서, 스크린도어 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8분께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 김모(36)씨가 전동차 출발 직후 스크린도어 비상문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역 직원이 김씨가 튕겨져 나오는 모습을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지만,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김씨는 이미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김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전 8시 18분께 숨을 거뒀다.
사고가 나자 경찰과 도시철도공사는 현장에 있는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경찰과 도시철도공사는 방화 방면으로 전동차를 타고 있던 김씨가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던 중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공간에 갇혔고,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기관사가 열차를 출발시켜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동차가 출발하자 김씨는 열차 옆면에 부딛히는 충격으로 스크린도어 비상문을 통해 승강장 쪽으로 튕겨져 나왔고, 이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서울 지하철은 앞서 지난 2월에도 1호선 서울역에서 80대 할머니가 열차 문에 낀 가방을 빼려다 승강장 스크린도어 벽과 열차 사이에 끼여 숨지는 비슷한 사고가 난 바 있다. 당시에도 기관사는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열차를 출발시켜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스크린도어 정비 용역업체 직원 김모(19)씨가 구의역에서 또다시 진입하는 전동차에 치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해 큰 파문이 일었다.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6월부터 서울시 전 지하철 역사의 스크린도어를 전수조사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결국 5개월만에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선로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의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승객이나 정비업체 직원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같은 경우 전동차 운행이 자동으로 중지되거나 기관사에 자동으로 통보해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사고 직후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도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승객이 있을 때 이를 감지하는 장치가 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사고 직후 대책본부를 꾸려 수습에 나서는 한편, 자세한 사고 경위 파악과 대책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 오후 2시에는 서울시청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이날 부분 파업에 들어갔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사고가 나자 파업을 중단하고 오전 11시를 기해 업무에 복귀했다. 노조측은 이날 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파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사망사고 외에도 서울 지하철은 곳곳에서 고장이 속출해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이날 오전 7시 15분께에는 지하철 5호선 목동역에서 상일동 방향으로 운행하던 전동차가 고장을 일으켜 멈춰 섰다. 도시철도공사는 해당 전동차의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해 다른 열차를 이용하게 하고 고장 전동차를 차고지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후속 전동차 운행이 연달아 차질을 빚어 출근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오전 9시 40분께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가 고장으로 열리지 않으면서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날 이대역은 순환선 양방향 스크린도어가 모두 고장나 수동으로 개방했으며, 일부 스크린도어는 수리에 시간이 걸려 개방한 채 전동차를 운행하기도 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