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탄 10용사' 영웅담과 불패신화
북한 지뢰도발 대처한 '전진부대'
부대장, 장병들 책 가까이 하도록
독서카페 설치 지금은 30개 넘어
문화혜택 누리고 사기위한 배려
참 군인상 온몸으로 보여준 '덕장'

누구도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것 같은 순간, 용감하게 나선 용사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서부덕 상사 등 10명의 용사였지요. 이들은 북한군 지하참호 파괴를 위해 박격포탄에 수류탄을 장착한 폭발물을 안고 적진으로 뛰어든다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1949년 5월 4일 지하참호 파괴를 위해 박창근 하사가 수류탄을 몸에 안고 가장 먼저 돌진했지만 북한군들의 집중사격으로 전사하고 말았지요. 이 모습을 본 용사들은 더욱 마음을 가다듬고 일제히 적진으로 돌진했습니다. 용사들은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돌진한 끝에 북한군 지하참호를 폭파하는 데 성공했지요. 국군은 북한군의 혼란을 틈타 4개 고지를 탈환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육탄 10용사'의 영웅담이지요. 자랑스러운 육탄 10용사가 몸담았던 부대는 그 후 6·25 한국전쟁에서 112전 전승이라는 불패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 휘호로 내려준 전진부대로 불리고 있지요. 이 부대는 불패신화의 자긍심을 안고 지금도 최전방에서 우리나라의 심장인 수도권의 길목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특히 판문점과 개성의 길목은 물론 DMZ 일원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지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지뢰가 터진 긴박한 순간에도 최정예 부대원답게 침착하게 대처한 것도 전진부대 장병들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동료들을 지켜낸 이들의 모습이 담긴 열상탐지기 영상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었지요. 이 부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하루 30분, 30쪽의 책을 읽자는 독서운동이 바로 그것이지요. 전진부대를 지휘하는 부대장은 덕장(德將)의 참모습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난 뒤 사비를 털어 1천명이 넘는 사단 장병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었지요. 수백 번 정신교육 강의를 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장병이 책 읽는 것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장병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독서카페를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없는 DMZ 일원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이 휴식시간에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취지였지요. 재원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었지만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공공기관장과 독지가들이 나서서 30개 넘는 독서 카페가 생겨났습니다. 국방부에서도 독서카페를 추가로 설치해 주기로 해 DMZ 내 모든 초소에 독서카페가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DMZ는 말 그대로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 적막하기 그지없는 영역입니다. 휴식시간에 장병들이 마땅히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없는 곳이지요.
고요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DMZ에서 지내야만 하는 장병들에게 사랑의 독서카페는 더없이 좋은 쉼터가 될 것입니다. 이 독서카페를 통해 자칫 삭막해질 수도 있는 장병들의 감성이 되살아나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병영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병들의 사기를 위해 독서카페를 마련한 부대장이야말로 참 군인상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덕장이지요. 군인들도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독서가 이러한 정신전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가을바람처럼 싱그럽고 상큼한 가을, DMZ에 부는 독서바람이 전군(全軍) 장병들의 가슴에 젖어들기를 기대해봅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