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Trump), 그 이름부터 글렀다. 하필이면 카드놀이의 카드 짝이라니! 지난 3월 영국의 사진작가 제임스 오스트레아는 트럼프를 괴물로 만든 사진작품을 홍콩서 전시해 화제가 됐었다. 푹 뒤집어쓴 금발 가발, 물고 있는 초승달 모양의 프랑스 빵 크로와상(croissant), 벌름거리는 돼지 코, 깨진 금박(金箔) 파편이 무수히 붙은 양복 등. 그런데 미국 원로배우 로버트 드 니로(Niro·73)는 트럼프를 괴물도 아닌 '개돼지, 소'로 매도했다고 CNN방송이 지난 8일 보도했다. '개돼지'라면 지난 번 우리 교육부의 모 고위 관리가 '민중은 개돼지'라고 했다더니 '소'가 하나 더 붙었다. 배우 로버트 드 니로라면 영화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등으로 유명하고 1981년 5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다가 2011년 64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기도 했다.
그는 '개돼지 소' 매도에만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라는 게 너무 화가 난다는 것이었고 '국가적 재앙인 그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싶다'고 했다. 왕년의 영화, 그 '분노의 주먹'을 다시금 날리고 싶다는 거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6월 '트럼프의 무슬림 적대시는 테러범을 돕는 짓'이라며 'yapping(짖어대는)'이라는 속어까지 써가며 맹비난했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전설적 엽색가(獵色家) 카사노바나 스페인의 방탕 귀족 돈환(Don Juan, 프랑스어 돈 쥐앙, 독일어 돈 유안)을 능가할 도색(桃色)꾼 아닌가. 음담패설 녹음 파일에 이어 '나도 당했다'는 성추행 피해 여성들이 연달아 언론에 폭로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화살을 엉뚱하게도 언론에 돌렸다. 모든 걸 언론이 날조했고 자신의 인기 하락도 언론 탓이라는 거다. 그러니 100대 미국 신문 중 그를 지지한다는 신문이 0일 수밖에…. 지난 17일엔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공화당 별칭이 'the Grand Old Party'고 그에 걸맞게 공화당 상징도 코끼리다. 링컨, 아이젠하워, 레이건 등 거물 대통령도 배출했고…. 그런데 하필 트럼프라니! 그가 어떻게 공화당 대선 후보까지 된 건가. 오늘 3차 끝장 토론도 억지일색일 게다. 그냥 부동산 재벌로 불린 배나 두드리며 살 것이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