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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1900~?)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겹이나 진화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玉流)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과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조운(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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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무엇인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천성과 다른 특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성과 새로운 개체의 특이성이 결합함으로써 또 다른 존재방식의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되려고 하는 존재방식의 속성은 기존의 것과는 구별되는 것이며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 속에서 획득될 수 있다.

물이 되고 싶다는 것은, 물이라는 물질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혼탁한 내면의 세계를 '다 고만 두고' 투명하게 갱생시킨다는 것이다. 이 변전은 "몇 겹이나 진화해야" 얻을 수 있는 것으로써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높고 가파른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면, 한번 뿐인 세상에서 자신을 얼마나 닦으며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