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악순환·절망의 사람들-자활로 선다]
빈곤의 악순환, 부의 대물림…. 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로 인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번 인생의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은 가난을 천형(天刑)으로 여기며 자포자기하기 일쑤고, 우리 사회 역시 이들에게 좀처럼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는다. 빈곤에 익숙해진 사람들, 절망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과 새로운 희망을 찾아주는 일, 그것이 자활이다. 자활을 꿈꾸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 그리고 자활후견기관의 현실을 짚어봤다.〈편집자주〉
〈上-돈도, 기술도, 희망도 없다…실태〉
올해 39살된 주부 A씨는 몇년전 이혼을 하고 딸과 살고 있다. 이혼후 조그만 전자회사에서 일을 했지만 몇달 지나지 않아 그만뒀다. 지체장애 2급인 딸의 양육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A씨는 “좋은 대학 나와서 전문직업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이를 제대로 보살필 처지가 아니었다”며 “몸이 불편한 아이를 남한테 부탁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며 가슴아파했다.
당시 A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매달 손에 쥔 생계비는 50만~60만원. 몸이 불편한 딸의 특수교육은 물론 아플때 치료조차 엄두를 못냈다. “하루 하루가 고통이었어요. 여자 혼자 몸으로 몸이 아픈 애까지 키운다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거예요. 게다가 아무런 기술도 없었으니….” 결국 A씨는 인근 자활후견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B(36)씨는 전자관련 대기업의 현장 조장이었다. 어느날 조원들간의 사소한 갈등이 연이은 생산불량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조그만 금형공장에 들어간 B씨는 어느날 프레스 사고로 오른손을 크게 다쳤다. 실직과 산재가 연이어 닥친데 이어 우울증을 앓던 부인마저 집을 나가버렸다. 몇달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B씨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이 산산이 깨졌다. 당장 병상에 누워있는 B씨에게 노모와 두 아이의 양육문제가 얹혀졌다. 다행히 수급권자로 12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았지만 노모가 병환으로 쓰러지면서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노모는 결국 투병생활 5개월여만에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아이들은 6살, 7살로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교육문제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다행히 B씨 역시 얼마뒤 자활사업 참여를 통해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A씨와 B씨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가 하루아침에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빈곤에 대해 경제적, 정신적으로 거의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실직, 이혼, 질병 등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의지 자체를 상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경기광역자활지원센터가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경기지역 자활사업 참여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참여자 1천260명 가운데 371명이 이혼이나 별거, 200명이 사별, 38명이 배우자가 가출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의 자립가능성에 대해서도 거의 없거나 낮다는 응답자가 381명(30.7%), 그저 그렇다고 답한 참여자가 436명(35.2%)에 달했다.
한 자활후견기관 관계자는 “자활사업 참여 초반에는 지각과 결석이 많지만 대부분 성실하게 일하게 된다”며 “주변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자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직·이혼·질병에 '자포자기삶'
입력 200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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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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