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도 중심에 자리잡아 주민들의 자부심 원천
'더 이상 남구는 안된다'는 지역여론 거세기 때문
인천 남구가 구 명칭 변경사업을 추진하면서 요즘 밀고 있는 홍보 문안이다. 살짝 웃음 코드를 입혀 무심하게 '툭'하고 이름에 차별성이 없음을 뇌지만, 사실 말 속엔 절절함이 담겨 있다. 이를 듣고 누군가 "그래?" 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일단 홍보는 '성공'인 셈이다.
남구가 올 들어 힘쓰고 있는 사업이 새 이름 찾기다. 도시 가치 재창조를 내세운 인천시가 방위개념의 기존 구 이름을 바꾸자고 제창 한데서 출발, 동구와 남구가 선봉에 선 것은 수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게다가 올봄 찬반을 묻는 주민 여론조사결과 동구는 79%에 달하는 찬성으로 새 이름을 '화도진구'로 하자는 데까지 진도가 나갔지만, 남구는 찬성보다 반대의견이 더 많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한 주민들이 내세운 이유를 들여다보면 예산과 행정력 낭비에 명칭변경 뒤 생길 수 있는 혼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주민은 "남구라는 명칭이 익숙하다. 아무 불편도 없는 데 왜 바꾸려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남구는 왜 주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를 지면을 빌려 말해보려 한다. 시 정부가 역점을 두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과 맞물려 각 군·구는 지역성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전기를 맞았다.
학계에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예서 인천 역사의 원류가 남구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강옥엽 인천시 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은 "비류의 미추홀로부터 2030여년 인천역사의 출발지이자 삼국시대 이래 원인천의 중심지였으며 인천이란 이름 탄생의 원천으로서 역사고도였다는 사실이야말로 남구가 지닌 큰 역사적 자산"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역사고도의 중심에 남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자부심 원천이며 구명 변경을 통해 도시 가치를 새롭게 부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논리는 남구 명칭변경 필요성을 논하는 토론회에서도 잇따라 나왔다. 인천 역사 중심지라는 사실을 묵과한 채 불과 50년 전 생성된 단순한 방위 명칭만으로 지칭하기에는 남구지역 역사의 무게가 한없이 중하다는 얘기였다. 또 행정구역명을 변경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변경에 따른 소요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역사성과 정체성이 전혀 없는 구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중차대한 사업이 출발선 상에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데 대한 방법론 점검을 촉구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들이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었던 명칭 변경 이야기가 나온 데 마음이 급해서 '덜컥' 주민 설문조사부터 나섰다. '문학구'가 좋을까 '미추홀구'가 나을까 '수봉구'는 어떨까 하는 지점에 마음이 먼저 가 있어서 당위성을 알리는 홍보엔 한없이 소홀했다. 어쩌면 설문조사 결과는 당연한 귀착이었다.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사달이 난 것이다. 그럼에도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지역 여론은 일제히 '더 이상 남구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공자의 정명론(正名論)까지는 아니더라도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한번 조용히 뇌어보고 싶다.
/박우섭 인천시 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