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동안 재산권 행사 못해 고통
미분양률 50% 2개동 경매 단골로
가치·임대료 떨어져… 공실 여전
도로 반대 호수공원 쪽 상가는 대부분 공실(空室)인데다 상점과 사무실도 일찍 문을 닫아 어둠 속 흉물이 된다.
문월드 주차장은 지하 4개 층인데, 지하 3·4층은 수요가 없어 출입을 막아놓았다. 지하 1·2층 주차장은 낮에는 한산하고 오히려 저녁때면 차들로 빼곡하다. 인근 중앙상가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공짜 주차장을 놔둘 리 없다.
용인에 사는 윤모(58)씨는 지난 2004년 쥬네브 스타월드(C동) 1층 상가를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3.3㎡당 2천500여만원으로 66㎡가 5억원 선이었다. 상가가 지어지지 않았는데 분양도 잘되는 것 같아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몇개의 상가를 더 분양받았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2006년 11월 건축공사가 끝나고 2008년 12월 사업이 끝났지만 자신의 점포에 토지 등기를 낼 수 없었다. 1천억원이 넘는 토지대금이 미납된 채 사업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윤씨가 토지와 건물등기를 마친 것은 4년이 지난 2012년 9월이었다. 그 사이 몸과 마음이 망가진 윤씨는 2011년 청와대에 탄원서를 내 말못할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침내, 사업 공동시행자인 LH를 상대로 싸워 이겼지만 상가는 여전히 텅 빈 애물단지였다.
윤씨는 "상가를 반값에라도 팔려 했지만 너무 억울해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LH의 사기분양에 속아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1천여명의 수분양자와 그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쥬네브 상가 3개동 가운데 미분양률이 각각 50%나 됐던 문월드(202실 중 99실 미분양)와 스타월드(200실 중 99실 미분양) 상가는 법원 경매에 단골로 나온다. 스타월드 1층 42.9㎡ 상가는 수원지방법원 경매에 올 상반기까지 4차례나 유찰됐다. 경매 예정가는 처음의 3분의 1수준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못찾고 있다.
동백 부동산업계는 문월드와 스타월드 수분양자 204명 가운데 적어도 80여명(40%)은 주인이 바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양대금의 50%까지 융자를 받은 최초 수분양자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나자빠진 것이다.
LH가 민주당 표창원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쥬네브 선월드의 ㎡당 임대료는 평균 1만5천578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강남대 앞 상가 2만5천원, 신갈오거리 2만5천808원의 60% 수준이다. 신도시에 건설돼 평당 2천500여만원에 분양된 상가의 임대료가 수십년된 상가 임대료에 크게 못 미치고, 그나마 상당수는 들어오겠다는 상인이 없어 공실로 남아있는 상태다.
쥬네브 상가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 10년이 지났지만 상가주와 상인들의 피해와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인 LH를 믿고 투자한 서민들에게 쥬네브는 희망이 아닌 재앙이 됐다"고 했다.
용인/홍정표기자 jp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