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계부채 1300조 넘을 전망
'한계가구' 금융부채 30% 달해
소비 줄고 기업 매출·투자 감소
결국 '저성장의 늪'에 빠져버려
경제위기 극복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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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한국 경제의 위기는 사신(死神)처럼 다가오고 있다.

국가의 모든 기능이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해운·조선업은 구조조정조차 제대로 시도하지도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주력 산업들이 주저앉고 있다. 이 결과, 수출과 내수 모두 저조하여 '제로 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량 실업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7은 단종되었고 현대차는 노조 파업 중이다. 30대 대기업의 경영실적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과 수직적 계열화 관계에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GDP의 30%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가계부채가 GDP의 80%가 넘어 위험한 수준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6년 6월말 가계부채(가계 대출+신용 판매액)는 1천257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금년 상반기(1~6월) 동안에만 54조2천억원(제 2금융권의 상반기 가계대출:18조원;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 7조6천억원)이 급증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 추세로 간다면 금년 말 가계 부채는 1천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자영업자의 대출금까지 합하면 약 1천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2015년 3월 말 기준으로 총 부채 원리금 상환액(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신용대출 등 다른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합한 금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DSR: Dept Service Rate)이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가 134만 가구에 이르고 전체 가계부채 중 이들의 금융부채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상기의 정책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겠다는 정책 목표가 '가계부채의 늪'으로 빠져 더욱 더 '저성장의 늪'으로 빠진다는 것을 간과한 무지의 소산이다. 왜냐하면 빚더미에 빠진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이에 따라 기업의 매출과 투자는 더욱 더 감소될 것이며 내수가 더욱 더 침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닥칠 경제위기는 1997년 하반기~1998년의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정부의 재정과 가계가 모두 건전했으나 기업 부채가 문제였던 반면에, 이번에는 가계·기업·정부 모두가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부채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시민 정신'이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에 의한 대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경제 위기의 본질은 기술교착상태(Technological Stalemate)로 인한 잠재 성장력의 소진이다. 병인(病因)을 모르고 증상에만 대증요법을 하고 있으니 인체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즉,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 약력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경제학박사
-미국 유니온대학교 조교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학장
-한국예탁결제원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