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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장군 멍군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때의 송민순 장관 회고록에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대목이 나오자 새누리당이 국기문란이라고 성토했고 '제2의 대통령'이라는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 이번엔 더불어당이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국기(國基)는 나라의 터전이고 문란(紊亂)은 질서 등의 어지러움이다. 紊과 亂이 모두 '어지러울 문·난'자로 국기문란은 나라 터전인 국기―국초(國礎)의 어지러움이고 지진이 난 듯 나라 주춧돌의 흔들림이 국기문란이다. 그런데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여쭤보고 기권했다, 아니다 사후 통고했다 따위 시비는 문제도 아니다. 왜 북한에 물어보거나 사후에 알려줘야 하느냐 그거다. 북한이 천제(天帝)국이고 한국이 제후(諸侯)국―번국(藩國)인가? 남북이 천자(天子)국과 토후국(속국) 관계였냐 그 말이다. 그건 국기문란 정도를 넘어 국기포기 행태였다.

문재인은 여당이 색깔론 종북타령으로 세월 다 보낸다고 했다. 그런데 색깔론 종북 문제처럼 중요하고 무서운 건 없다. 어떻게 색깔이 불그죽죽한 북한과 비슷할 수가 있고 어떻게 또 전 세계의 골칫거리 놀림거리에다가 지구촌 언론의 단골 희화(戱畵) 만화 감인 북한의 좌골(坐骨) 꽁무니를 따르는 '종북'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가. 최순실 문제 역시 국기문란은 문란이다. 어째서 청와대 보좌진과 내각 멤버를 제쳐둔 채 일개 아줌마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케 할 수 있다는 건가. 박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측근(김재규)에 의해 비명에 가시자 이른바 정신적 외상(trauma)이 심하지 않나 싶다. 여간해선 사람을 믿지 못하는 거다. 최순실 게이트만 해도 심리학에서 일컫는 일종의 진행마비(general paresis)고 계속된 국정 인사 실패도 먼 거리 인물에 대한 불신 불안감 탓이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까지 구사하는 두뇌로 알려졌건만 왜 최순실과의 사통(私通)이 문제가 될지를 분별, 예측하지 못했을까. 어제가 10·26, 하필 아버지 기일(忌日) 전날 대국민 사과를 한 심정이 어땠을까. 인터넷엔 탄핵, 하야라는 말까지 빗발친다고 했다. 아찔한 국기문란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