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곳서 화재경보기 '오작동'
소방관 동파·통신장비 먹통
최근까지 보수비만 25억들어
"안전 담보못하는 형식적 건물"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후 정부가 530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최신식 서해5도 주민 대피소가 부실 시공돼 최근까지 하자보수 비용으로만 25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옹진군이 지난 3일부터 열흘간 서해 5도 대피소 42곳에 대해 정기점검을 한 결과, 40곳의 대피소에서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옹진군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표시하고 기록하는 '화재수신반'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작동이 잦아짐에 따라 각 면사무소에서 대피소 내 소방 밸브를 모두 잠가 놓았다. 많은 인원이 대피소에 모인 상태에서 불이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소방펌프 장비에 하자가 있는 대피소도 6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3곳의 대피소는 소방관이 누수로 인해 동파됐고, 펌프 모터와 배터리 불량으로 소방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대피소는 3곳이다.

백령도에 위치한 3곳의 대피소는 적 포격 등으로 섬지역 자체 발전기가 파괴됐을 때 사용해야 할 비상발전기가 고장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연평도에 있는 1곳의 대피소는 북한의 불시 도발 등 상황을 중계하고 대피를 알리는 '통신 및 방송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들 대피소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비 444억원과 시·군비 86억원 등 모두 530억원을 들여 만들어진 것으로 연평도 7곳, 백령도 26곳, 대청도 9곳 등 서해 5도에 모두 42곳의 대피소가 설치돼 있다.

정부는 대피소를 건설하면서 화장실, 주방, 방송실, 냉·난방 시설, 비상 발전시설 등을 갖추고 주민이 장기간 지내는 데 불편이 없도록 설계된 최신식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그러나 신축 당시부터 결로·누수 현상과 함께 벽에 균열이 생기고, 방호벽이 유실되는 등 하자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실시한 행정자치부 감사에서도 24곳의 대피소에서 35건의 하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530억원을 들인 시설물이 안전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는 형식적 시설물에 그치고 있다는 게 서해5도 주민들의 얘기다.

옹진군 관계자는 "올해 2억3천만원을 들여 하자보수를 했고, 5천만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교체가 필요한 장비에 대한 수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비상상황 시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