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예방을 위해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는 화재징후 초기에 진화를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주택은 상대적으로 화재에 대비한 공간과 소방시설 설치가 미흡해 여전히 화재가 빈발하고 인명 및 재산 피해 또한 가장 많이 일어난다. 최근 3년간 전체 화재의 24.3%, 전체 화재사망자의 60.7%가 주택에서 발생했고 특히 주택화재 사망자 중 83.5%가 단독·연립·다세대 등 일반주택에서 발생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일반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화재경보기와 소화전 등이 갖춰진 경우가 드물다. 또 화재의 주요 원인인 전기시설이 낡고, 가스기기 사용 등에 있어서도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일반주택은 소방시설 설치에 법적 규제를 받지 않다가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적용돼 내년 2월 4일까지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최근 고양시 일산지역 일반주택에서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화재가 소화기를 이용한 신속한 대응으로 자체 진화된 사례가 있다. 화재 초기 소화기는 소방차 몇 대와 맞먹는 위력을 발휘한다. 커피 몇 잔 가격으로 유사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대학(大學)에 심불재언시이불견(心不在焉 視而不見 )이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소화기 등 소방시설에 평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수천 번을 지나쳐도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 정작 소화기를 사용하고자 할 때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게으름뱅이를 부지런하게 만들 수는 없다. 자율 안전관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가능하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가정에서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진정한 민간의 자율관리'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정일영 (일산소방서 예방교육훈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