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기원 인터뷰1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광교테크노밸리(수원 이의동) 내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경인일보 전시언 기자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자율주행차(AEV-1)를 시승 해보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기존차와 큰 차이없는 외관·승차감
스위치 넣자 기어·핸들 스스로 작동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몸 굳어 긴장감
외부 라이더센서·카메라·GPS 설치
주차·곡선도로 거침없이 주행 신기

핸들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광교테크노밸리(수원 이의동) 내 왕복 2차선 도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이 개발한 자율주행차(AEV-1)를 경인일보 기자가 직접 운전해보기로 했다.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란 운전자가 브레이크, 핸들, 가속 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아도 도로의 상황을 파악해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그동안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기자들은 몇 명 있었지만, 이들이 단순히 조수석에서 자율주행차를 '구경'하는데 그쳤다면 이날은 기자가 직접 차를 운행해봤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기자가 타본 자율주행차의 기본골격은 기아자동차에서 출시한 '레이(RAY)'와 흡사했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탑승한 뒤 다리 길이에 맞게 의자를 당기고 등받이를 조정했다. 여기까지는 일반 차량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앉는 자세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사이드미러나 백미러를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 배치나 앉는 자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는 자율주행차, 말 그대로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막상 운전석에 앉는 순간 차량 내 여러 장치에 중압감을 느낀 탓인지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이 차를 개발한 융기원 자율주행연구실 김재환 실장이 조수석에서 "자 이제 갑니다~"라며 내비게이션 위에 설치된 장치의 스위치를 오토(AUTO)로 옮기자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P(파킹)'에 있던 기어 스틱이 순식간에 'D(드라이브)'로 내려갔다.

원래는 기어 넣는 것부터 사람이 해야 할 일인데 기어가 자동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 기어가 바뀌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핸들이 왼쪽으로 돌며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이 중앙선 부근에 접근하자 핸들은 다시 오른쪽으로 돌며 중심을 잡았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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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전 김재환 실장이 경인일보 기자에게 자율주행차 내부에서 작동법과 장치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오오오~"하는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방금까지 모퉁이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스스로 운전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속도는 시속 20㎞로 느린 편이었으나, 중앙선과 길가에 주차된 차량 사이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몸에는 한껏 힘이 들어갔다. 차가 움직이는데도 운전석에 앉은 기자의 양손은 여전히 허공에 있었다. 일부러 손을 허공으로 날리긴 했지만 사실 좀 불안했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사이에 있는 오른발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여차하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 있으니 반대방향에서 차량이 달려왔다. 2초도 채 되지 않는 '순식간'이었지만, 긴장감은 더해지고 몸은 뻣뻣해졌다. '아!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건너편 차선의 저 차는 이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모를 텐데….' 혹시나 중앙선을 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닛의 왼쪽 모서리만 뚫어지게 봤다.

해당 차량이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 허공에 있던 양손은 핸들을 잡을까말까 방황하고 있었다. 다행히 무사히 지나갔다.

100m 정도를 달리자 곡선도로가 나왔고 차량은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 잠시 후 핸들은 자동으로 오른쪽으로 돌았고 차량은 잠깐의 멈춤도 없이 방향을 틀었다. 곡선주행 시 자율주행 차량이 완전히 멈춘 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방향을 틀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시 직선 도로를 만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초. 중앙선을 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다시 직선 주행을 시작했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긴장이 풀어진 것을 느꼈는지 김 실이가 차량에 설치된 여러 장치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운전하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차 안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차의 핸들, 기어 스틱,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등 조작장치에는 개별 모터가 설치돼 있다. 이들 장치는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따라 작동한다. 운전자는 자율주행에 앞서 소프트웨어에 목적지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한 모니터는 조수석 햇빛가리개에 부착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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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기자가 SPM을 직접 타고 김재환 실장이 이끄는 군집주행을 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차량 외부에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라이더 센서(LiDAR) 5개, 카메라 5대, GPS 1대, INS(Information Network System) 1대 등이 설치돼 있다.

주행이 시작되면 차량 안 모니터에 외부장치가 인식하는 정보를 이용, 주변 환경이 그려진다. 그리고 운전자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정보들과 차량 주변 360도 영상(AVM·Around View Monitoring)을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김 실장의 설명을 듣다가 창 밖을 보니 갑자기 온 신경은 차량 보닛 양 끝에 쏠리기 시작했다.

차량이 행여 중앙선을 넘거나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량을 들이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눈치챘는지 김 실장은 '오버드라이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버드라이브란 자율주행 중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핸들, 브레이크 등 조작장치를 이용해 차량을 제어하는 방법을 의미했다.

이를 시연해보기 위해 조수석에 있던 김 실장의 도움을 받아 핸들을 왼쪽으로 확 꺾었다. 차량은 순식간에 중앙선을 넘었다가 핸들을 놓자 다시 중앙선 안쪽 본래 차선으로 돌아왔다. 또 자율차이지만 일반 자동차처럼 브레이크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말에 경직됐던 오른발로 브레이크를 살짝 눌러보니 차량 속도가 줄어들었다.

발을 떼면 정상적으로 다시 속도를 냈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자율주행 중 포트홀(아스팔트 표면에 생기는 구멍)을 발견하거나 어떤 물체가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에 대비해 브레이크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자율차 스스로 물체를 인식해 정지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김 실장과 자율차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차량은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저 멀리 목적지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진기자가 눈에 띄었다.

사진기자를 향해 창문 밖으로 양손을 모두 뻗어 마구 흔들어 댔다. 어색하게 핸들 주변에 머무르고 있던 손이 드디어 할 일을 찾은 것 같았다. 사진기자를 지나치고 차량이 멈춰 서자 짧은 읊조림과 함께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차가 완전히 멈춘 뒤 조수석에 있던 김 실장이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김 실장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아직 운전석에는 타보지 않았어요. 운전석에 탄 민간인은 전 기자가 처음입니다. 축하합니다"고 말했다.

이게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첨단 기술을 잠시나마 경험해본 것은 기자로서 큰 자산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자율차에서 내린 다음에도 한동안 오른발에는 힘이 꽉 들어가 있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