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대중교통·군사등 융합 파생효과 높아
출발 늦은 국내 기술, 장기적인 지원안 필요
"자율주행차가 전격적으로 도입 되면 사람들이 차를 사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유하려고 하는 새로운 세상이 올 것입니다."
차세대융합기술원 자율주행연구실에서 각종 첨단 기기들과 씨름하느라 여념이 없는 김재환 연구실장은 '자율주행차'에서 중요한 것은 '차(car)'가 아니라 '자율'로 대변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는 어디까지나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가는 자동차일 뿐이고 이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면 인공지능이 탑재된 드론이 자동으로 농약을 뿌리고, 화물차가 수확된 농산물을 운반할 수도 있어요. 또 휠체어 등에 적용하면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으로도 쓰이고,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나 군사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배나 잠수함에도 적용할 수 있는 등 그 파생 효과가 상당합니다."
김 실장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된다면 사람들의 삶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지방으로 출장을 간다면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 '저는 차 안에서 회의하면서 가고 싶어요 거기에 맞는 차를 집으로 보내주세요' 라고 주문합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차 안에서 영화를 보면서 귀가하고 싶어요. 홈 시어터가 장착된 차량을 보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거죠. 어차피 운전사도 필요 없고, 안전한데다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도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운전하면서 시간 낭비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차를 굳이 구입 하려고 하지 않을 거 같아요. 오히려 차량은 레이싱 등을 위한 스포츠 용으로 필요하지 않을까요?(웃음)".
그는 우리나라가 자율주행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기술이 많이 늦었음을 아쉬워했다.
"현재 저희가 만든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자동차 차체를 빼면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은 100% 외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과 독일 제품이 대다수죠. 두 나라는 워낙 자동차 강국이기도 하고, 미국 같은 경우 약 5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수많은 스타트업에서 자율주행 센서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그걸 대기업에서 인수해서 곧바로 상용화 하는 거죠.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서구의 많은 기업들이 무인자동차 대회에 참가해 자웅을 겨루면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죠.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불고 있거든요. 아직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김 실장은 끝으로 융합기술이 갖고 있는 특징을 이야기하며 국가나 지자체가 좀 더 기다리며 장기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연구는 서울대, 한양대, 국민대 등 학교 쪽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자체 등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물을 원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조급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연구 성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융합기술은 새로운 기술을 만든다기 보다는 기존에 훌륭한 연구 성과물들을 합리적이고 유용하게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성찰과 각 파트별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속해 있는 융기원은 제가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어요. 몇 년만 이런 식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자율주행기술이 대중교통이나 산업에 먼저 접목되고, 부품비가 절감돼 일반인들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