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한 켤레 값도 꼼꼼히 기록
나랏돈으로 수백억 빌딩들 소유
돈세탁 여부 수사 '기막힌 소식'
'사회적 약자' 가마우지 풀어
고기잡는 '어부 주인' 용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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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멘델스존의 가계부가 한때 화제가 되었었다. 멘델스존의 집은 부유했음에도, 그는 당시 귀족 남자들이 신곤 했던 스타킹 한 켤레 값도 적었다는 것이었다(하긴 베토벤도 그 비슷했다지).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쓴 멘델스존의 손가락에서, 베토벤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스타킹 한 켤레의 값.
하긴 요즘 뉴스의 얘기를 들으니, 모 씨가 소유주로 되어있는 서울 강남의 빌딩 한 채 값이 300억원이라고 한다. 그런 빌딩이 몇 채 되는지, 아무도 모를 뿐 아니라, 해외에도 호텔 등 빌딩이 몇 채나 있다는 것이다. 그걸 국가에서 예산을 세워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그 '강남 빌딩', '해외빌딩'의 계단 하나는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유령 소유이긴 하지만. 요즘은 해외의 그 나라에서 돈의 자금세탁 여부를 수사한다는 '기막힌' 소식도 들린다.
아무튼 가계부를 그렇게 열심히 썼는데 그런 빌딩의 계단 하나 값도 못 벌었다니…. 나도 참 무능하긴 무능하다.
얼마 전 어떤 '역사문학관' 설립, 발기인 모임에 참석하였다. 그 모임은 아무 곳에서도(정부기관은 물론) 지원을 받지 않은 채 '순수히' 시민 모금에 의한 설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에 그런 운동을 한 경험이 많은 한 분이 말씀하셨다.
"자발적 시민 모금운동으로 빌딩값을 모은다구요? 3년 걸려서 13억을?, 그런데 13억으로 무얼 하려고요?!"
그러면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시민 모금 운동'은 결국 무산됐다는 말씀이었다.
' 이렇게 순진들 하다니, …몇 십억원으로 지금 어떻게 문학관을 지어요? '
가마우지라는 슬픈 새의 다큐멘터리가 가끔 TV에 비친다.
알다시피 그 방법은 일본 어느 해안 어부들이 주로 쓰는 방법인데, 어부들은 새벽에 가마우지를 줄에 매어서 끌고 바다로 간다. 횃불을 환히 켜고 바다를 비추며 줄을 풀어놓으면 가마우지는 열심히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면 어부는 줄을 잡아당겨 가마우지의 입을 벌려 손을 목 속으로 깊숙이 집어넣어 물고기를 꺼낸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뺏기고 꽥꽥거린다. 어부주인은 다시 줄을 풀고 가마우지를 바다로 몰아넣는다. 가마우지는 불 밝힌 바다를 들여다보며 솟구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주인은 다시 줄을 잡아당겨 가마우지의 목 속에 손을 집어넣어 물고기를 빼앗고…. 그런 뒤 주인이 던져 준 작은 물고기들을 아침 식사 삼아 배 한구석에서 먹는다. 주인은 그런 가마우지들의 목을 쓰다듬어준다. 가마우지들은 목을 길게 빼서 주인의 손길을 받는다. 어부들은 만선의 기쁨을 안고 검은 바다를 헤치며 돌아온다. 가마우지들도 꽥꽥거리며 줄에 매인 채 돌아온다. 그래서 그 지역에선 가마우지를 몇 마리 소유했는가를 부(富)의 척도로 삼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가마우지들에게 줄을 맸는가에 따라서, 얼마나 그 새들의 먹이를 목 속 깊이 손을 집어넣고 뺐었는지에 따라서.
가마우지들은 그런 '어부 주인'을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용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용서는 바다만이 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용서란 무엇일까. 줄을 용인하는 것일까?
아, 그 바다 위 약자, 아니 어부와 물고기 사이에서 말하자면 '사회적 약자'인 그 가마우지들.
제발 '어부 주인'을 용서 하지말라. 사회적 약자인 가마우지들아!
/강은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