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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데 하루 앞이랴.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연설에서 개헌을 역설하자 중국 CC(중앙)TV는 '박근혜가 개헌으로 대통령 연임을 윤허 받을지도 모른다(朴槿惠修憲 或允許總統連任)'고 보도했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개헌으로 대통령 재선 가능'이라고 했다. 박대통령이 10년 집권을 꿈꾼다는 거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최순실 게이트로 대국민 사과를 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국격(國格)은 시궁창에 처박혔고 국민은 참담했다. 중국 TV는 또 27일 '박근혜 측근의 정치 간섭사건 지속 발효(朴槿惠親信 干政事件 持續醱酵)'라고 했다. 국민의 울화가 된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라 뚜껑을 깨뜨릴 정도라는 소리다. 인민일보도 '계속 발효'를 보도했고 이름도 '崔順實'로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28일 '빗발치는 비난(crying foul)'을, 워싱턴포스트는 '위기에 빠진(in crisis)' 나라를 보도했고….

29일에도 중국 언론은 '최순실 추문의 지속 발효'와 대통령 지지율 14% 추락을 보도했다. 그런데 '추락'이 아닌 '하활(下滑)'이다. 아래로 미끄러졌다는 거다. '넘어졌다(跌至→질지)'고도 했다. 추락보다야 낫다는 건가. 드디어 끓어오르는 발효의 국민 분노는 '이게 나라냐'고 질타하는 군중집회로 폭발했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과 하야까지 외쳐댔다. 대통령 탄핵~하야라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지난 8월 탄핵으로 임기를 2년4개월이나 앞당겨 쫓겨난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69) 할머니다. 그녀가 '박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해 브라질리아에서 만난 게 작년 4월이었다. 그런데 박대통령 하야를 부르짖는 민중 시위를 보는 호세프 그녀의 감회는 어떨까. 브라질 이웃 베네수엘라도 심각한 경제 위기와 치안 부재로 지난 25일 니콜라스 마두로(Maduro)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 최고재판소 판결만을 남겼다.

최순실 귀국으로 검찰 수사에도 가속이 붙겠지만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고자세라니! 그다지도 세상을 모르고 장독 뚜껑이 튀어오를 듯 발효하는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건가. 하지만 대통령 하야와 헌정질서 중단만은 안 된다. 어차피 절뚝거리는 오리(lame duck)를 아예 주저앉힐 참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