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밥 딜런'은 누구일까?"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소식과 함께, 새삼 이런 질문을 접하게 된다. 저마다 좋아하는 가수를 한국의 밥 딜런으로 꼽는다. 오래전부터, 자타공히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불린 가수는 '담배'를 부른 서유석이다. 1970년대의 3대 저항 포크가수로서 김민기, 한대수, 서유석을 꼽고 있다. 이렇게 세 사람을 꼽는 건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초기 포크가수와 그들의 저항적 노래를 얘기할 때 양병집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치는 남녀가수들이 초기에는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그런 노래 속에서 '미국 포크'에서 '한국민요'의 관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한국적 포크음악에서 투코리언즈의 '벽오동 심은 뜻은'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노래는 시조와 민요 등 한국적인 노래말과 함께 한국적인 곡조가 돋보인다. 투코리언즈의 한명이 바로 김도향이었다. 다양한 음악을 거친 김도향은 1990년대 '월이 아리랑', '여보게 저승갈 때 무얼 가지고 가나(거문고 반주)' 등의 곡을 내놓았다.
1970년대 초반의 포크음악으로서 김민기의 '밤뱃놀이', '가뭄', 양병집의 '타박네', 서유석 '진주난봉가' 등은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가수 마다 한 두곡에 불과했던 한국적인 포크음악은 송창식을 통해서 보다 더 한국적인 색깔이 짙은 음악으로 자리하게 된다. 송창식의 '에이야홍 술래잡이' '밀양머슴아리랑' '돌돌이와 석순이' 등을 들으면 그가 한국적인 음악을 두루 섭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김정호가 있다. 김정호의 '님'은 마치 남도민요(南道民謠)를 듣는 느낌이고, 그의 목소리는 마치 국악기 '아쟁'과 무척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한국적인 가요의 맥락을 살필 때, 가장 중요시하게 다룰 가수는 정태춘이다. 그의 '고향집 가세'를 들어보면 안다. 정태춘을 통해서 완벽하게 미국적인 포크음악은 자취를 감추고 한국적인 민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음악이 정착되었음을 확인한다. 그의 '고향집 가세'는 피리와 소리북을 통해서 반주한다. 정태춘의 노래 가사와 곡조는 그 시절의 밥 딜런에게 뒤지지 않거나 때론 능가한다.
'한국의 밥 딜런'은 어느 특정한 한 사람에게 국한하기 어렵다. 미국의 밥 딜런이 했던 역할은 한국의 대중음악에선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통해서 찾아낼 수 있다. 최근 밥 딜런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그저 '한국의 밥 딜런 찾기'에 국한되지 않길 바란다. 이보다는 한국적인 포크음악의 맥락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기여해 주길 바란다. 한국에도 여러 면에서 훌륭한 밥 딜런'들'이 존재하고 있다.
/윤중강 평론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