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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하고도 섬뜩하다.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단두대(斷頭臺) 모형이 등장했다가 10분 만에 철거됐다는 거다. 누가 왜? 최순실 게이트 항의 뜻일까. 단두대―기요틴(guillotine)은 18세기 프랑스혁명 당시 쓰였던 사형집행 형구다. 그건 조선시대 망나니가 물을 물어 휘두르는 칼에 확확 뿜어가며 칼춤을 추듯 뜸을 들이다가 내리치는 식이 아니다. 기요틴은 3m 도르래 꼭대기서 내리치는 거대한 도끼 같은 칼날에 순간적으로 목이 잘리는 거다. 그 유명한 루이 16세와 더욱 유명한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Antoinette)의 목이 그렇게 잘렸고 상업 부르즈와 당인 지롱드(Gironde) 당원들도 그렇게 당했다. 심지어 기요틴 공포정치를 자행한 자코뱅(Jacobin)당 지도자이자 정치혁명가인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자신도 그렇게 목이 잘렸다. 기요틴 고안자인 기요틴까지도 기요틴에 죽었다는 건 와전이었지만….

또 하나 와전은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사(Theresa)의 막내딸이자 루이 16세 왕비인 마리 앙트와네트의 유명한 말이다. 굶주린 프랑스 민중이 빵을 달라며 외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고 했다는 그 말은 날조라고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이 밝혔다. 왕비가 되기 전 썼던 글 대목이라는 거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1월 국무회의에서 '불필요한 규제들은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느닷없이 기요틴을 언급했고 '규제 기요틴'이라는 말까지 했다. 왜 하필 소름끼치는 기요틴을 언급했을까. 프랑스 유학 시절 공부했던 대목이 떠올랐던 건가. 단두대라는 말은 공교롭게도 그저께 또 튀어나왔다. 최순실 변호인 입이었다. '최씨가 말하자면 단두대에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죄가 있으면 처벌받을 각오가 돼 있다'며 또 한 번 단두대를 언급했다는 거다. '죄가 있다면'이라니?

박근혜와 최순실 변호인의 단두대 언급은 기가 막힐 우연이다. 흉악살인범이나 내란음모 주범, 최순실 같은 국정마비 마녀까지도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안쓰럽긴 하지만 국민적 혐오감 돋우기에 십상이다. 어떻게 단두대라는 말이 그리도 쉽게 튀어나올 수 있나. 대한민국엔 사형집행도 없건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