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協治)라는 말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요. 세계적인 석학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인류는 농경 혁명인 제1의 물결, 산업 혁명인 제2의 물결,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사회, 제3의 물결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창했습니다. 그때 앨빈 토플러의 주장에 코웃음을 치면서 헛소리일 뿐이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았었지요. 수동타자기로 기록을 하고 종이로 보관하던 시대에 전자형태의 문서보관과 자동화, 정보화된 사무실을 이야기했으니 공상(空想)과학처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보화 시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세계발전을 이끌었지요. 이제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제4의 물결이라는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4의 물결은 감성을 중시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감성은 소통과 공감을 넘어 감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이지요. 소통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기본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진정성이 담보되어야만 합니다. 아마도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구성에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최순실 사건에서 벗어나고 이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제안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국내각구성 문제는 감정을 넘어 한번 쯤 깊이 고민해볼 가치 있는 일이지요. 이번 사태가 대통령이 독점하는 권력집중현상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에서 권력을 나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미 경기도에서는 협치의 전 단계인 연정(聯政)이 진행되고 있지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로 당선된 남경필 지사가 아무도 가지 않고 아무도 실험해보지 않은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도지사가 가지는 가장 가치 있는 권력과 인사, 예산을 나누는 일을 시작한 것이지요. 벌써 야당에서 추천한 두 번째 연정부지사가 취임해 일을 시작했고 여야 도의원 4명으로 이뤄진 연정위원장이 3~5개 분야의 실국 업무를 담당해 일하고 있습니다. 각 정당에서 파견한 인사가 연정부지사와 지방장관격인 연정위원장으로 일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지요.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이 야당과의 소통과 협의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대 국회 개원식에서도 대통령이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었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고 불통과 독단이 많아 국민을 실망 시켰습니다. 그런데 최순실 사건이 드러나면서 국가통치자로서 리더십이 실종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지요. 지금은 난국에 처한 국가상황을 바꿀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그 모델이 경기도의 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야를 아우르고 갈래갈래 찢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마음을 곧추세우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4의 물결, 협치를 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길입니다.
/홍승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