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엔 한국 같은 잦은 촛불 집회가 없다. 있다면 테러 등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을 위무하기 위해 그 현장에 하나 둘씩 모여 꽃다발과 함께 켜 두는 촛불이 전부다. 작년 11월 파리 동시다발 테러 때는 연말연초까지 그런 경건하고 엄숙한 촛불의식이 끊이지 않았다. 하긴 다중의 촛불 집회도 있긴 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의원 하비 밀크가 총격에 숨지자 그 현장에 3만 명이나 모여들어 촛불을 들고 애도했다. 촛불 시위도 있었다. 1989년 슬로바키아 독립 요구 촛불 시위가 대표적인 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와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벌였던 군중 촛불 시위였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93년 1월 1일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분리됐고 슬로바키아인(Slovak)과 체코인(Czech)은 완전히 갈라섰다.
촛불 시위라면 단연 대한민국이다. 1987년 이른바 '6월 항쟁' 촛불 시위를 비롯해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미선 효순을 위한 항의 촛불 시위,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시위 등. 난센스 촛불 시위도 있었다. 2008년 5월 MB 정권 초장에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였다. 유모차 아줌마들까지 다수 참여,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쳐댔다. 그 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 규명, 한·미 FTA 반대 등 시위로 이어졌고…. 보수 쪽에서도 촛불 시위를 벌였다. 세상에 참여하지 않는 정부도 있는지, 노무현 참여정부 때는 사학법 개정 반대 촛불 시위가 벌어져 MB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촛불을 들었다. 그야말로 candle demo(촛불 시위)였다.
가톨릭 축제일에 candlemas(聖燭節)라는 게 있다. 촛불에 성스러운 聖자가 붙는 거다. 불교의 제등행렬, 브라질 최대 종교축제인 '나사렛 촛불' 행사, 이스라엘 촛불축제 '하누카(Hanukkah)' 등. 촛불이란 종교 행사뿐 아니라 결혼식 장례식 진혼제 추도식 등 엄숙하고도 경건하고 신성한 의식에 쓰였다. '촛불'과 '시위'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이게 정부냐. 박근혜 물러가라'는 촛불 시위도 그렇다. 노조 시위처럼 촛불 없이 붉은 머리띠와 깃발까지는 몰라도 하늘에 주먹질을 해대며 외치는 게 낫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