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화원장
염상덕 수원문화원장
기쁜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1799년(정조 23) 수원화성 건설의 완결판으로 조성된 축만제(祝萬堤, 서호, 경기도기념물 제200호)가 국제기구인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에서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오는 8일 태국에서 열리는 ICID 67차 집행위원회의 발표만 남았다. 그동안 중국이 7건, 일본이 13건이나 등재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무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수원 축만제와 김제 벽골제가 등재되면 축만제와 수원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ICID가 축만제를 높게 평가한 이유는 ▲정조 시대 가뭄에 대비한 구휼 대책과 수원 화성을 지키는 군사들의 식량과 재원을 제공하는 등 백성들 식량 생산과 생계에 기여했고 ▲수원화성이라는 '신도시' 건설의 하나로 조성한다는 아이디어가 혁신적이었고 ▲1831년 항미정 건립으로 관개용수를 공급하는 단일 목적을 뛰어넘어 조선후기 선비들의 풍류와 전통을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는 역사문화적인 특징 등이다.

국제관개배수위원회는 1950년 비정부기구(NGO)로 설립되어 관개, 배수, 홍수조절, 하천개수 및 환경보전 등 농어촌 정비 사업에 관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국제 교류를 목적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1969년 가입했고 농식품부 소속 사단법인인 한국관개배수위원회(KCID)가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의 한국지부로 활동한다.

만석(萬石)의 꿈을 축원한다는 뜻을 지닌 축만제는 본래 축만제둔(서둔)을 위한 관개시설로 조성되었다. 1795년 화성의 북쪽에 이미 축조한 만석거의 효과가 아주 좋았기에 이를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만석거의 혜택을 받는 대유평(대유둔, 북둔)과 축만제의 수리답인 서둔(西屯) 평야에 이르기까지 모두 신도시 화성을 위해 조성된 기반 시설이다. 이것도 사실 화성 성역의 일환이었지만 빈민 구제를 위한 토목 공사이면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기반 시설이므로 농업 생산성 증대를 위한 프로젝트였다. 화성판 '뉴딜' 정책인 것이다. 만석거와 축만제 등 저수지와 둔전은 화성을 지키는 또 하나의 성(城)이 된다. '서쪽 둔전의 방죽에 물을 가두어서 북쪽 둔전의 논과 이어지게 하고 만석거와 통하게 하며 요충도로를 차단하여 앞쪽과 왼쪽에 물과 못을 두는 뜻을 가지게 된다.' 는 논리이다. 성 밖에 힘들여 해자를 두르는 대신 저수지와 둔전을 경영함으로써 적군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서호에 비치는 낙조는 아름답기로 유명해 수원팔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서호의 낙조는 하늘 끝의 해 그림자를 물속에 드리우네. 불타듯 붉게 타오르니 파도 아래 물고기도 잠 못 들어 하노라' 1912년 4월 '매일신보'에 수록된 이원규의 수원팔경가 중 일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호는 1970년대 유원지가 되다시피 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서울대 농대의 음악서클인 '샌드페블즈'의 연습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 멤버였던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씨와 방송인 김창완 씨 등도 축만제에서 노래 부르며 꿈을 키웠을 것이다. 이제 세계적인 유산으로 등재되는 만큼 화려하고 풍요로웠던 축만제의 문화가 축제 등의 형태로 부활되면 좋겠다.

/염상덕 수원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