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점령한 불법주차로 차도 보행 '교통사고 위험'
자동차 근대건축물 가려 감상·기념사진 촬영 불편
관광객·주변상인들 "주말만이라도 통제" 한목소리

하지만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밀려드는 차량으로 개항장 거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이 가로막은 '걷고 싶은 거리'는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인일보는 개항장 거리의 현 실태와 개선 가능성,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의 선결 조건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인천시 중구청 앞에서 만난 김성일(23·인천 남구)씨는 "모처럼 마음먹고 나선 인천 개항장 나들이를 차 때문에 망쳤다"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 씨는 "길을 걷다 보니 인도를 차지한 불법 주차 차량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인도를 벗어나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주행 중인 차를 신경 쓰느라 맘 편히 걸을 수 없었다"며 "근대 건축물을 감상할 겸 여유롭게 걸으며 이 길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와 동행한 박나래(23·가명·인천 남동구)씨도 "운치 있는 근대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도 주차된 차들이 건물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 답답했다"며 "이 거리와 건물을 감상하기 위해 온 사람들을 위해 차들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말이면 제1은행, 제18은행, 제58은행, 근대건축물역사관, 짜장면박물관, 일본영사관 자리 등 문화재급의 근대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올해 초 수인선과 지하철 1호선이 연계돼 수도권 지역에서도 차량을 갖고 오지 않아도 교통편이 편리해지면서 관광객의 수는 점점 더 느는 추세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주말만이라도 개항기 근대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중구청 인근 거리의 차량을 통제해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건물들을 감상하고, 카페와 음식점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콘텐츠가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목소리는 관광객뿐 아니라 이곳 개항장 일대 상인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전순미씨는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이 자주 오고 싶어도 차를 갖고 오기가 힘들어 망설이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나들이 철이나 주말에 한시적으로 이 개항장 일대에 차를 못 오게 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름이나 주말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장사하면 매출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이 거리가 차에게도 사람에게도 모두 불편한 거리가 됐다"며 "차라리 대책을 마련해 사람이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등록문화재인 카페 팟알 대표 백영임 씨도 "주말이면 차와 사람들로 뒤엉키는 가게 앞길은 어차피 차가 다니기 힘든 길이 됐다"며 "길을 사람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은 "차량이 건물의 '파사드'를 가리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이 거리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를 반감시키는 것은 분명하다"며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거나 한시적으로 차 없는 거리를 만드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다만 부족한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근대건축물을 훼손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