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세력 동반퇴진 책임 물어야
자칭 여야 대권후보들 예외 아냐
부패세력 다시 권력 못 잡도록
미래 대비하는 첫 출발점 돼야
준비 안됐다면 불행한 역사 반복
지난 4일에도 대통령의 대국민 생방송을 보기 위해 TV를 켰다. 문자가 왔다. '대통령 대국민성명서'. 시작 20분 전이다. 소식도 빠르다. 그러나 시작 2분전. 그 성명서는 가짜라는 전언이 다시 전해졌다. 온갖 상상력 역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대통령을 향한 소식들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가 더 걱정이다. 대통령의 2선 후퇴. 그것은 거국내각을 의미한다. 향후 대규모 집회시위가 분수령이다. 거국내각은 여야와 대통령의 합의를 의미한다. 상황이 급박하면 결단은 빨라질 수 있다. 그것은 미래 권력을 위해, 여야의 이익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이합집산을 하겠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탄핵.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그러나 국회나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성향을 볼 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탄핵이 진행되면 이해가 상충되는 국내외 세력들이 그 틈을 파고들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갈등이 새로운 형태로 증폭될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하야. 머뭇대던 대권주자들조차도 앞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권력과 기득권 세력의 시각에서 보면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대통령의 잘못이 추가되고, 국민의 저항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검찰이 주요 혐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지라 추가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헌정사의 시각에서 보면 '하야'가 가장 위협적이다. 하야는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작 청와대를 떠나는 박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돌을 맞으면서 쓸쓸히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이 떠오른다. 역사의 평가와 무관하게 광화문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던 국민들을 잊을 수 없다.
만약 대통령의 하야가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헌정 중단이라는 위기적 상황과 직결된다. 일부에서 회자되는 국지전 발발과 계엄이라는 음모론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다. 정작 하야하면 국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급변할 지도 걱정이다. 이미 37% 국민들이 2차 대국민사과문을 이해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어느 날,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를 떠난다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선거를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기득권 세력들이 후임자를 정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자리는 경제는 물론 외교와 국방 등에서 세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하야는 바로 주요 국가들과 자본가 등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후임자가 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80년 서울의 봄에서도, 87년 민주화 투쟁에서도 그 결과가 국민들의 희망과 다르게 나타났던 이유다. 광화문을 향한 거센 발걸음에는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도 담겨져 있다. 그러나 기습적 하야가 이뤄지면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허둥대면서도 대권후보들로 넘쳐날 것이다. 청산대상자들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음모론을 내세워 국면을 전환시킬 수도 있다. 60일은 박 대통령으로 향했던 비판이 동정으로 바뀌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광화문의 함성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우선 일부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들에 대해 동반퇴진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칭 여야의 대권후보들도 예외가 아니다. 책임져야 할 부패세력들이 철의 3각 동맹을 맺고 다시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일, 그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첫 출발점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 후 60일,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만약 대비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