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 作 '텔레비전 1': 백지 위에 사각형 선만 그려놓고 국가의 문화적 폭력을 풍자함.
박남철(1953~2014)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백지 위에 사각형 '텔레비전 Ⅰ'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1980년대의 사회적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당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표출된 민주화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좌절시키면서 등장한 신군부 정권은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screen, sport, sex 또는 speed'에 의한 3S 정책을 사용했다. 이런 3S 정책은 세계적으로 부당하게 권력을 수립한 통치자가 국민을 조정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이른바 정권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을 감각과 운동으로 분산시키기 충분한 자극 요법으로 사용해 왔다. 텔레비전은 이러한 국가의 문화적 폭력을 그대로 담고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백지 위에 스크린 이미지―네모만을 그려놓고, 제목을 '텔레비전 Ⅰ' 이라고 쓰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이 시에서 정권이 자행하는 폭력의 얼굴과 실체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고통받는 국민들을 '바보의 방'에 몰아넣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강요하고 유린하는 현실이, 우리를 또 다시 차가운 길 위에 세우며 분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