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과 보리를 분별 못하는 게 '숙맥불변(菽麥不辨)'이다. '어로불변(魚魯不辨)' '해시지와(亥豕之와)'라는 말도 있다. 비슷한 글자를 잘못 써 다른 뜻으로 전하게 되는 게 해시지와다. 박근혜가 설마 그 정도야 아니겠지만 '이면경계(裏面境界)'를 몰라 시국 상황을 오독(誤讀)하는 거 아닐까. 일(사건)의 내용과 옳고 그름이 이면경계다. 두 번째 대국민담화문을 누가 써 줬는지는 몰라도 '실망과 염려를 끼쳤다'는 말부터 틀렸다. 실망과 염려 수준이 아니라 '분기충천' '노기탱천'이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러 수십㎞ 성층권까지 뚫고 있는 거다. 캐터플렉시(cataplexy)라는 말도 있다. 지나친 분노로 맥이 풀리고 근육까지 풀린다(筋失調)는 뜻이다. 마치 남 얘기처럼 '최순실의 잘못이 크다고 하니…'도 글렀고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니? 국민이 애들인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잠 못 이룬다'는 말도 뱀 다리(사족)다.
검찰 수사만 받겠다고 했지 남은 국정 운영을 총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뭘 어쩌겠다는 등 언급도 없었다. 그런 박근혜를 가리켜 중국 CC(중앙)TV가 '박근혜 하거하종(何去何從→어디로 가시나이까)'이라고 했다. '뭘 버리고 뭘 따를 것인가, 어느 길로 갈 것인가'라는 말이 '허취허충(何去何從)'이다. '박근혜의 비밀 친구 국정간섭 추문은 지속 발효 중(朴槿惠密友 干政醜聞 持續醱酵)'이라고 했고…. 전국 수십만 군중의 분노 발효로 끓어오르는 부글거림을 박근혜는 봤을까. 중국 언론은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박삭미리(撲朔迷離)'라는 말로 비유했다. '겉모습으로는 남녀 또는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고 복잡하게 뒤섞이거나 어금버금해 분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5일자 워싱턴포스트는 bizarre scandal(기괴한 스캔들)이라고 했고…. 최순실은 검찰조사 중 언니(박근혜) 담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어쨌든 헌정 단절은 안 된다. 남은 1년 '절뚝거리는 오리'는 그대로 두는 게 옳고 그런 박근혜는 국정을 총리에게 맡기고 검찰 수사를 받는 게 순리다. 북한 쪽이야 남조선의 절뚝거리는 오리를 아예 주저앉히고 싶고 종북 좌파 정권이 하루빨리 들어서기만을 눈알이 빠지도록 고대하겠지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