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 정약용만큼이나 18이란 숫자가 따라다니는 인물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18이란 숫자는 사실 그녀의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18년 집권하다가 부하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은 이후 18년 동안 야인생활을 하다가 1998년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 되었다. 18이란 숫자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에게 18이란 숫자가 다시 인생에 다가왔다.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18년이 되는 2016년인 올해 그녀의 소울메이트로 이야기되는 최순실로 인하여 인생의 최고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금요일 국민들에게 최순실 파동으로 인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파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는 그녀의 최측근들인 정호성 등 비서관 3명이 18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산 정약용의 18과 박근혜 대통령의 18이란 숫자는 같은 의미일까? 동양 유학의 최고 저서라고 평가받는 것이 공자가 마지막에 완성한 '주역(周易)'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최고의 경전으로 평가받는 주역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주역은 64괘로 구성되어 있어 그 내용마다 의미와 쓰임이 다르다. 64괘중 18번째 괘는 '산풍고(山風蠱)'란 괘다. 위에 산이 있고 아래에 바람이 있어 좀이 먹어 썩어들어간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듯해지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썩어서 부패하여 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썩는 것일까? 산(山)은 간방(1시 방향)으로 우리 조선을 말하는 것이고, 풍(風)은 손방(5시 방향)으로 일본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산속에 일본의 바람이 들어 단풍이 떨어지듯 나라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최순실로 인한 국정 혼란이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일본의 바람이 가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친일을 미화하고 일본과 말도 안되는 위안부 협상을 추진하였으며, 친일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게 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들고, 일본이 평화헌법을 파괴하고 2차 세계대전 이전과 같은 군사 대국화로 발전하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의 바람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강산과 사회에 온통 좀이 먹고 썩어들어 간 것이다.
주역에는 산풍고이지만 썩어들어가게 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군주가 백성을 진작시키고 덕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썩지 않고 오히려 길할 수 있다고 했다. 다산은 비록 군주는 아니었지만 덕을 기르는데 힘써서 18이란 숫자의 운명을 백성을 위한 개혁의 숫자로 만들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덕을 기르지 못해 온 나라를 썩어들어가게 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지도자가 덕을 기르고 백성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시절에 18이란 숫자를 다시 생각해 본다.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