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권력의 상징이 '다모클레스(Damocles)의 검'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도시국가 시라쿠사(Siracusa) 왕 디오니시우스(Dionysius)의 신하 다모클레스가 왕의 비위를 하도 잘 맞추며 찬양하자 그에게 하루만 왕좌에 앉아 보라고 했다. 그가 감격해 왕좌에 앉자 눈앞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그런데 문득 머리 위 천장을 쳐다보니 예리한 칼이 머리카락 하나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그 게 '다모클레스의 검'이다. 박근혜는 그 칼의 위험성을 몰랐나? 환관(宦官) 내환(內宦) 내관(內官) 내시(內侍)들도? 박근혜는 고아 콤플렉스와 '배신 트라우마(perfidy trauma)'로 사람을 믿지 못하지만 곁의 환관 내관들만은 믿으려 했다. 일본 언론은 '문고리 3인방'을 '문지기 3인(門番3人衆)'이라고 했지만 그들의 오랜 '문고리'에 항간의 원성이 빗발쳤다. 그러나 박근혜는 '의혹을 받는다고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우병우의 경우도 그랬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은커녕 '권세5년'도 어려운가. 박근혜가 그렇고 청와대 왕수석 안종범과 실세수석 우병우, 문고리 3인방이라는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도 다모클레스의 검을 전혀 예측 못했나. 문체부의 권력 끄나풀과 이화여대의 정유라 특혜 관련자, 그리고 반대급부를 믿고 거금을 내준 재벌들도? 박 정권 초기에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고 첫 '호남 대표'라는 상징적인 기록까지 세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왜 또 사퇴하라는 아우성에도 뭉그적거리는 건가. 자신의 사퇴부터가 위기관리라는 걸 모르나. 박근혜의 탈당 역시 급선무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최순실을 '흑막(黑幕)의 여인'이라고 했고 '박근혜는 그 흑막의 공기도 바깥세상 공기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새누리당은 당명부터 바꾸고 지도부 총사퇴 등 인적쇄신과 함께 새 출범하는 게 급하다. 그런데 여당 관련 인사도 아닌 노무현 측근이었던 김병준 총리 지명을 야당이 철회하라는 이유가 뭔가. 사전 결재를 받지 않았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직은 대통령인데 일국의 총리를 지명했다가 며칠 만에 철회한다는 건 그야말로 개돼지도 웃을 일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