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년 역사속에 오점 남긴 남과 북 잘린 허리 이제 이어지리라~철마는 다시 달린다'.

 지금이야 통일이라는 단어가 누구 입에나 오르내리지만 불과 15년 전인 1990년 전후만 해도 통일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소원 통일'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통일을 표현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음악인 김일홍(67·의정부시 신곡동)씨가 직접 작사·작곡한 '철마는 다시 달린다'라는 노래도 그런 이유로 대중의 외면 아닌 외면을 받았다. 이 노래는 당시 유명했던 한 레코드회사를 통해 LP판으로 출시됐지만 정작 TV와 라디오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아직은 이르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제대로 노래한번 틀어주지 않았다.

 김씨는 “20여년전 구로공단 근로자들을 모아놓고 노래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6·25 전쟁통에 피란내려온 실향민들을 만난 뒤 그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철마는 다시 달린다'도 그렇게 만든 노래”라고 말했다.

 비록 노래는 외면당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통일을 염원하고 실향민을 달래는 노래 10여곡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김씨는 “그때는 노래하나 마음놓고 부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그런 김씨에게 최근 경인일보가 기획·보도한 '금강산 철도는 달리고 싶다'는 다시한번 김씨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는 “금강산 철길 복원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철길 복원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많은 노래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금강산 철길이 이어질 날을 기다리며 노래를 만들고 싶다”면서 “금강산 전철이 이어지는 날 금강산에서 제가 만든 노래를 한번 불러보는게 소원입니다”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김씨에겐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가 남았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판문점에서 실향민들을 위한 '통일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다.
 김씨는 “실향민들의 설움을 달래고 통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을 내 손으로 꼭 이뤄낼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