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은 완화 못지않게
상승 온도에 대비 적응전략 필요
배수·관로·저수형태 등 변화로
다른 나라보다 먼저 능동적이고
과학적 접근으로 발전한다면
세계 물산업 주도하는 기회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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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0년, 2011년 및 2014년에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중심지인 광화문, 강남역과 우면산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미래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OECD에 속한 국가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여러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나라, 선진국 대열에 속하여 물, 전기, 도로 등 각종 사회적 인프라는 이미 완비되었고, 그 기초 아래 첨단산업만 발전시키면 되는 나라로 인식해 왔던 터라 우리나라의 심장부가 이처럼 폭우나 산사태에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에 국민 모두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내 홍수나 큰 가뭄 등 재해가 나지 않자 우리의 뇌리 속에 이와 같은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조차도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다시 큰 재해가 일어나면 그때서야 '누구의 책임이다',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또다시 난리를 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좀 더 차근차근 실태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 문제는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와 다르다. 강수의 계절적 치우침이 심하고, 지역적 차이도 크다. 인구는 많고, 국토 자체가 그다지 넓지 않아 1인당 가용수량이 세계평균의 5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도시화가 심화해 물을 사용하는 지역과 물을 담수하는 지역도 다르다. 짧은 시간 동안에 확장된 도시가 많아 지하에 깔린 인프라가 계획적이지 못한 곳이 많다. 이를 어떻게 잘 보완하고 잘 관리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큰 과제이기도 하다.

물 인프라는 여러 인프라 중에서 변동성이 특히 강하다. 언제 어느 정도 비가 올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과거의 형태와 유사하게 비가 올 것이라는 가정 아래 확률 분석을 하여 각종 계획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가정한 것과 다른 형태의 비가 내리는 경우 이에 대하여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크게 만들 수도 없다. 더군다나 최근과 같이 기후변화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에는 과거의 패턴과는 매우 다르다. 최근의 분석결과는 강우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서 단위시간 당 강우 강도가 커지고 남부지방은 강우량이 크게 늘어나는 데 비하여 중부지방은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많다. 수위에 영향을 주는 바닷물의 수면상승도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로 인하여 늘어난 강우량이나 더 커진 단위시간 당 강우 강도로 인하여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인프라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모든 하수관을 다 바꾸거나 부족한 관을 새로이 매설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개념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할 "탄력성 인프라 체계"를 정립하여 이를 준비하고 기존체계를 보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은 주로 탄소 배출량 감소등 주로 완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기후변화 완화 못지않게 기후변화 적응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상승하는 온도에 대비한 적응전략이 있어야 하며, 가장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 물 문제이다. 기존 또는 신규 인프라를 어떻게 탄력형으로 만들어 나갈까 하는 것에 대한 국가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탄력형 체계에는 배수체계, 관로 형태, 저수 형태 등의 변화가 수반된다. 우리가 이에 대하여 다른 나라보다 먼저 능동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적극적 발전방향을 만들어 나간다면 세계 속에 또 다른 형태의 물 산업을 주도하는 기회가 우리에게 생겨날 것을 확신한다.

/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