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합의로 선택된 국정어젠다
훼손되지 않게 정부·여당은
끝까지 책무 다하는 모습 보여야
국가비전 실행 탈정치화 되고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관성 지켜나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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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가발전을 이끄는 국정 비전이 제시되곤 했다.

참여정부의 경우 국가균형발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같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아닌가 한다. 모든 비전은 많은 토론을 거쳐서, 그리고 시기와 형편에 맞추어 잘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시의 적절한 방향제시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많은 국민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러한 중차대한 국가 정책이 대통령 주변의 몇몇 사람에 의하여 주도되고 제멋대로 재단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이러한 정책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추구했다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엄청난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주변의 보좌진과 정책을 담당한 부처의 책임자들이 수수방관하고 방조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따지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태로 말미암아 창조경제나 문화융성이 이 정부의 독점적인 트레이드 마크인 양 인식되어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그러질까 하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이나 녹색성장도 정권이 바뀌자 퇴색되어 예산과 부처의 담당관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바뀌는 바람에 5년간 투자한 수많은 예산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안타깝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하게 이번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항상 잘 못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해결하고 풀어가는 과정이라 본다.

결국 국가와 국민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를 위하여 처벌해야 할 대상과 또 지켜가야 할 것들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숙된 사회로 도약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수많은 중소기업의 미래가 풍전등화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기존의 중소기업과 접목되어서 새로운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야 다시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정의 비전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가 너무나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헝클어진 추진체계와 과정을 추스르고 참여자들을 바꾸고 제대로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챙기지 않으면 사건의 시작보다 더 큰 피해를 국민 전체가 입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할 때는 개인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보고 뽑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적 합의를 통하여 선택된 국정어젠다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키는 마지막 책임을 다해는 것을 현 정부와 여당이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국민 전체에게 타산지석이 되어 그간 모든 대통령이 임기 말에 엄청난 시련을 겪은 모습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도 이번 11월 말에 4년간의 대학총장 임기를 마치게 되면서 이러한 소용돌이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 대학 또한 사회의 축소판인지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지는 터라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대통령의 직책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동시에 더욱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향후 어떤 리더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 투철한 평가, 그리고 책임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해야 하겠다. 또한 많은 분야가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정치적인 힘으로 해결하려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 또한 문제이다. 모바일이나 SNS로 인하여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직접민주주의는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인데 이러한 개인의 힘이 정치화되어 이제는 전문가의 경험이나 판단이 힘을 잃어가다 보니 정치가 모든 결정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가 비전의 수행이 탈정치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이야말로 국가 비전의 일관성을 지켜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