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조직의 역사는 오래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26년 2월 15일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아궁이의 불씨가 바람을 타고 외부로 날아가 건물에 옮겨붙었다. 이 불로 당시 한양 면적의 20%가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 다음날에도 불이나 수백 채의 집과 건물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계기로 세종은 피해자를 구제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웠다.
이때 신설된 것이 방화조직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이다. 이를 시작으로 1431년 최초의 소방대라 할 수 있는 금화군(禁火軍)이 만들어졌다. 이름과 형태는 조금씩 변했지만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결과 화재의 진압과 예방을 담당하는 오늘의 소방에 이르렀고, 현재 수원소방서 전 직원들은 계절을 잊은 채 근무하고 있다.
흔히들 10월과 11월은 붉게 물든 단풍과 선선한 바람으로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방관에게는 가을을 즐길 틈이 없다. 11월은 가장 바쁜 달이자, 긴장해야 하는 달이다. 오죽하면 '불조심 강조의 달' 이라고 정했을까.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기구로 인한 가정에서의 화재가 증가하고, 또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부주의로 인한 산불 발생률도 높아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서면 건조한 날씨 탓에 화재 발생 건수는 눈에 띄게 증가한다. 때문에 국가적으로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각종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기념식은 겨울의 초입에서,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한 소방관들의 결의대회라고도 볼 수 있다.
올해도 곧 어김없이 겨울은 돌아오고 있고, 우리 수원소방서 직원들은 안전한 겨울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화재 예방을 위해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소방안전교육을 펼치는가 하면, 화재 발생 시 빈틈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소방용수시설 점검과 소방차량 및 각종 소방장비 점검, 폭설과 한파에 대비한 긴급대응태세 확립 등이 바로 그것이다.
수원시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 서 직원들은 11월 한 달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안전강조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진정한 안전 파수꾼의 역할을 할 것이다. 시민의 안전은 1년 365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54주년 소방의 날을 기념해 시민들과 할 수 있는 가장 큰 약속이다.
/정경남 수원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