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갤럭시 노트7 출시 동시에 단종
어떤것에 경영 초점 맞췄는지…
최씨일가 사익추구 했다지만
대기업, 사실상 한국사회 권력 포획
승마협회 사장사가 바뀌기 4달 전 삼성과 한화 사이에 빅딜이 벌어졌다.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 4곳이 1조9천억원에 한화에 팔렸다. 박 사장의 독일 방문 무렵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이라고 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졌다. 당시 사모펀드인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다. 삼성은 대주주인 연기금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연기금을 지배하는 정부의 지지를 받은 셈이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이 모든 것도 우연이었다고 치자. 이 시기 삼성전자에서 벌어진 엄청난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갤럭시 노트7은 애플의 예봉을 꺾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라는 아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야심작이었다. 하필 그 모녀를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하던 시기 개발이 시작됐다. 어쩐 일인지 신제품의 치명적 결함이 내부에서 걸러지질 않았다. 이 제품은 올해 하반기 출시됐다, 이내 단종됐다. 3분기 수익은 반 토막 가까이 떨어졌다. 단종으로 인한 악영향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이 일로 공중으로 사라져버린 시가총액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는 도대체 어떤 것에 경영의 초점을 맞췄으며, 어떻게 이를 달성하려 했던 것일까?
대기업들은 단지 피해자일 뿐?
대기업 이익 집단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측은 사태 초기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위해 800억원 가까이를 기꺼이 갹출했다고 해명했다. 그 말을 믿는 순진한 국민은 없었다. 청와대의 요구나 강압에 의한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몰랐던 반전도 하나 있다. 공개된 재단 모금액 말고 대기업들이 실제 자발적으로 낸 자금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비선 실세와의 직거래를 위한 뒷돈이다. 권력 향배에 예민한 후각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이 대표적이다.
이 사태에 대해 그간 대기업들이 해온 볼멘소리도 공감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재계 입장을 대변해 온 한 경제지는, 돈 뜯기고 수사받는 대기업 처지를 하소연했다. 대기업들은 권력의 희생양일 따름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들은 거금을 강탈당한 피해자만은 아니었다. 비선 실세에 줄을 대 그룹의 숙원이나 민원 사업을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공동 종범이었다.
국민 복지를 위한 증세는 한사코 반대하는 대기업들이 이렇게 권력의 심장부에 돈을 안기는 이유는 뭘까? 이런 거래가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대기업과 권력의 뒷거래는 오랜 관행이기도 하다. 이 점은 마지막으로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함께 검찰에 불려갔던 2003년 이후의 대선자금(일명 차떼기 사건) 수사에서도 밝혀졌다. 이들은 단지 '삥 뜯기고 경찰서에 간 순진한 학생'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힘센 청부사에 돈을 안기고 일을 맡긴 배후세력'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최씨 일가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사익을 추구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기업이 한국 사회의 권력을 사실상 포획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민첩하게 이루는 '자신들만의 리그'를 운영하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정한 게임 룰이 통용될 리 만무하다. 최순실 사태의 피해자라며 동정을 구하는 대기업의 나쁜 버릇을 손보지 않고서는 경제 민주화도 불가능하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