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기획 5편
록밴드 pAdma(파드마)로 한국에서 2011년부터 활동 중인 이찬욱(45), 아마리 미호(41) 다문화 가정 부부.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록밴드 'pAdma' 결성 한국인 남편·일본인 부인 다문화가정
새로운 환경서 다양한 음악 경험하고 싶은 도전 정신 공통점
아마리씨 "한국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개인 질문 쏟아내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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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비슷한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마음을 열게 됐죠."

한국인 남편 이찬욱(45)씨와 일본인 여성 아마리 미호(41)씨는 지난 2011년 결혼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 부부다. 둘은 지난 2011년부터 'pAdma(파드마)'라는 이름의 록밴드를 결성해 활동 중인 5년차 예술가 부부이기도 하다.

둘은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프로젝트 활동이나 각종 이주민 축제, 지역의 길거리 공연 등의 무대에 꾸준히 서며 이름값을 높이는 중이다. 파드마에서 부인 미호씨는 보컬과 작사·작곡을, 남편 이씨는 기타와 편곡 등을 맡고 있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호씨가 이주민이지만 이주민의 삶을 그녀보다 먼저 경험한 것은 남편 이씨다.

이씨는 한국에서의 음악활동이 지루해질 무렵인 지난 2007년 일본의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고 싶어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고, 지인의 소개로 일본 클럽에서 밴드활동을 하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렇게 둘은 이주민인 서로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공통점이 참 많아요.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음악적 욕심도 많고,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어하는 도전정신도 그렇고요."

미호씨가 이씨와 결혼을 결심하고 일본을 떠난 것도,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양한 음악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였다고 한다.

2011년 둘은 일본에서 간단히 서류상 결혼절차를 마무리 짓고, 둘만의 결혼식을 필리핀 세부에서 마친 뒤 바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라곤 남편 한 사람밖에 없었고, 결혼이라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음악활동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행복했다.

그녀는 "일본의 관객들은 매너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연주하는 동안 박수도 치지 않을 정도로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한국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소리치고 박수치며 즐길 준비를 하고 올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 아주 고맙다"고 했다.

그렇지만 무대 밖을 벗어나면 상황은 너무나 크게 달라진다. 한국생활 5년 차인 그녀임에도 당황할 때가 적지 않다.

그녀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서툰 한국말로 뭔가 말하려고 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왜 한국에 왔느냐?' '결혼은 왜 했냐?', 심지어 '몇 동 몇 호에 사느냐?' 등 아무렇지도 않게 개인적인 질문을 쏟아내곤 한다"며 "전혀 다른 한국 사람의 모습을 보게 돼 당황스러운 경험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이씨는 "일본에서 활동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음악적 인프라가 다르다는 것 빼고는 크게 이주민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살았다"며 "아직 한국에서는 무대를 벗어나면 우리가 낯선 이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호씨는 "음악을 들을 때처럼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이주민인 우리를 그냥 평범한 이웃으로 대해 줬으면 좋겠다"며 "우리 한국인·일본인 부부로서, 이주민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