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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광 평택시장
두 아들 모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집을 떠났습니다. 늘 품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들의 부재로 아내와 저는 걱정도 많고, 애틋함도 커졌습니다.

문득 작은아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 전화했더니 지금 아버지 생각을 했다며 우린 '이심전심' 이라고 하길래 기분이 좋아 크게 웃었습니다. 이심전심, 맞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심리학자, 과학자가 사람 마음을 읽는 방법을 찾으려고 연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 데이터로 분석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얼마 전 하반기 시민과의 대화 일정을 끝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만난 시민께서 저를 반겨주십니다. 그리고 "시장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 좋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듯해서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이심전심' 시민께서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시장의 마음을 시민이 알아주시고, 시민의 마음을 제가 잘 헤아린다면 얼마나 환상적인 시정을 펼칠 수 있을까요. 2년 동안 시정을 알리고 싶어 구두가 닳도록 참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시 발전 계획, 각종 현안, 복지 서비스에 대해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마음까지 전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년동안 시장으로 일하면서 제 마음을 전하고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리는 좋은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경청(傾聽)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주민센터, 학교, 기업체, 거리, 전통시장에서 시민 여러분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니 구부정하게 서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눈을 잘 맞추고 잘 들으려 하니 점점 더 구부정해지는 듯합니다. "아니, 왜 반듯하게 서 있지 못하고 구부정한 게야"하고 꾸짖으셔도 어쩔 수가 없네요.

"무료 예방접종을 해준대서 보건소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 기다리기 힘들었다"는 어르신, "우리 빌라에도 도시가스가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연료비가 비싸 추위가 오면 겁이 난다"는 아주머니, "삼성전자가 가동하면 취업이 쉬워질지 궁금해요. 취업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대학생,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점점 줄어 걱정이에요. 이제 곧 겨울이 오는데…"라는 시장상인 등등 이처럼 시민들의 다양한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해답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기쁘게 했던 아들과의 이심전심 역시, 바쁜 아버지를 생각하고 전화 자주 하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던 아내 이야기를 경청했던 아들의 효심이란 걸 얼마 전에야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가족들이 오랜 시간 마음을 열고 함께 생활해도 쉽지 않은 '이심전심'의 비밀은 바로 경청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재광 평택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