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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간선거의 투표일은 '11월 첫번째주 월요일의 다음 화요일'로 정해져 있다. 왜 이렇게 까다롭고 외우기 어렵게 정했을까. 미국 의회가 투표일을 정한 것은 1845년으로 우리로 따지면 헌종 11년때 일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농한기(農閑期)였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화요일로 정한 것은 일요일은 '교회에 가는 날'이고, 월요일은 '한 주가 시작되는 날', 목요일은 '영국에서 투표하는 날', 금요일은 '한주가 끝나는 날', 토요일은 '시장가는 날'이기 때문에 피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남은 것은 화요일과 수요일인데 수요일 밤에는 수요예배가 있는 날이므로 그냥 화요일로 정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또 투표일을 '첫번째주 화요일'로 하지 않고 '첫번째주 월요일 다음 화요일'로 정한 것은 11월 1일이 투표일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 이유는 이날은 10월달 결산을 하는 날이라 모두 바쁠 것 같아 그랬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171년 동안 이 '전통'을 지킨 미국인들의 태도가 더 놀랍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선거인단 수에서 이겼지만, 전체 득표수에서는 힐러리가 앞섰다. 이 역시 득표와 상관없이 후보별 선거인단 확보 수로 승패를 가르는 독특한 선거전통 때문이다.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하고 워싱턴DC와 나머지 48개 주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뽑는다.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어 이긴 후보가 그 주에 걸린 선거인단을 싹쓸이한다. 16년전 민주당 후보 앨 고어는 투표수에선 이겼지만 대의원수에서 패해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으나 '전통'이라는 이유를 들어 깨끗이 승복했다. 우리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지상 최대의 정치쇼'로 일컬어지는 미국 대선이 막을 내렸다. 결국 '변화'를 외면한 힐러리가 패했다. '샤이(shy·부끄러워 하는) 트럼프 유권자'의 존재를 무시했던 엉터리 여론조사와 거기에 놀아난 미국 언론들이 줄줄이 반성문을 썼다. 화합을 강조한 당선 연설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수뇌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트럼프가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른다. 우린 그동안 예고편만 보았을 뿐이다. 본편은 2017년 1월 20일 개봉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