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실물경기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새해 달력 구경하기가 어렵다.
 해마다 이맘때면 홍보용 달력이 넘쳐나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경기불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올해에는 아예 달력제작을 포기한 기업들이 많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달력 제작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10%에서 최고 절반까지 줄었다. 이마저 달력도 단가가 낮은 실속형인데다 물량도 지난해보다 평균 20~30%씩 줄여 주문하고 있다.

 수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 달력 제작 전문업체 관계자는 “주로 작은 기업체나 자영업자들이 달력을 주문해 왔는데 올해는 건수가 크게 줄었다”며 “예전 같으면 달력 공장에서 한창 밤샘할 때인데 달력 특수라는 말이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들로부터 달력주문을 꾸준히 받아온 수원 K인쇄 관계자도 “달력 주문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금은방이나 한약방, 대형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을 상대하는 소규모 달력 제작업체들은 타격이 더 심하다.
 안양의 한 달력제작업체 관계자는 “달력 단가를 묻는 전화는 하루에 두 세 통씩 오는데,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18년째 달력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모(38)씨는 “몇년전까지만도 개별 부수는 그리 많지 않아도 전체 주문 건수는 많았는데 그것도 옛날 말”이라며 “연말이면 휴일 모두 반납하고 일해야 했는데 요즘은 꼬박꼬박 챙겨서 논다”고 말했다.
 이 틈새를 노려 달력을 미끼로 내세워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 전략도 눈에 띄고 있다.

 수원 영통의 한 피자업체는 피자 한 판을 주문하면 달력을 공짜로 주고, 인터넷 종합 쇼핑몰에서도 달력을 증정품으로 내걸어 일정액 이상 구매시 선물로 주고 있다.
 경기도 인쇄협회 관계자는 “달력시장의 규모가 한때 수백억원대에 달했었지만 올 연말에는 절반도 채우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전자캘린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달력의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