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트(Gate)는 소통의 문이다. 해외 나들이가 잦은 사람은 공항 비행기 탑승 게이트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모든 관문과 출입문이 게이트다. 남대문 동대문 같은 성문도, 댐 수문도 게이트다. 엉뚱하게도 거리, 시가(市街)라는 뜻도 있고 the gates of the city하면 법정이다. 그런데 gate가 나쁜 뜻으로도 변질된 이유가 뭘까. 속어로 the gate는 '내쫓기다'는 뜻이고 gave the gate는 '퇴장을 명하다, 해고하다'를 뜻한다. 불어에서도 '가트' 발음의 gate는 '해치다'고 '가테' 발음의 gate는 '썩은, 상한'이라는 말이다. 그런 gate가 정치권력과 얽힌 대형 비리, 의혹 따위 스캔들로 변질된 건 1972년 6월의 워터게이트(미국 발음 워러게잇) 사건이었고 수문(水門)이 아니라 워싱턴의 빌딩 이름이 watergate였다. 미국의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재선을 기도, 그 빌딩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CIA 요원을 침투시켜 도청을 시켰다가 발각돼 하야를 당하고만 엄청난 사건이었다.
워터게이트는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성문이다. 예루살렘의 8개 성문 중 하나가 워터게이트고 기드론(Kidron) 골짜기의 기혼(Gihon) 샘에서 오벨(Ophel)이라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동쪽 문이다. 그런데 왜 성문이 city(castle) gate가 아닌 watergate일까. 어쨌든 미국에선 닉슨 대통령 말고도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도 게이트를 불렀고 시달렸다. 이른바 성추문의 '지퍼 게이트'였다. 그러나 닉슨처럼 대통령 권좌에서 쫓겨나지는 않았다. 한국에도 최악의 게이트는 있었고 명칭 자체가 엄청난 '코리아게이트'였다. 미국 의회에 거액의 로비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한·미간의 외교마찰로 비화한 1976년의 박동선(朴東宣)게이트 그거였다. 2000년 이후에도 이용호 게이트, 정승현 게이트, 노무현의 형 노건평이 연루된 박연차 게이트(2008년)도 있었고….
그런데 박동선의 '코리아게이트'보다도 더 큰 사상 최악의 코리아게이트가 바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검찰조사 신문 15일이 지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독한 게이트 피의자는 최순실이 전무후무할 게다. 그런 모진 아낙이 박근혜 눈에는 선녀로만 비쳤던 것일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