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 조건 무상임대
충족 직후 주식 취득 절묘
상장 전 '비합리적' 매각도
대기업들 잇단 지위악용탓
정부, 지분비율 강화 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국인투자자 퀸타일즈의 풋옵션 행사가 주식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주사 간 이면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퀸타일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토지 무상 임대를 위해 지켜야 하는 외국인투자금액 유지 조건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이면 합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일지 참조
■ 외투금액 5년 유지 끝나자 바로 풋옵션
퀸타일즈의 풋옵션 행사시기는 4월 말이고 그 효력은 5월 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2011년 4월 28일 토지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5년간(2016년 4월 28일까지) 미화 2천만달러 이상 외국인투자금액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퀸타일즈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토지 무상임대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5년간 투자금액을 유지하다가 지분을 매각한 셈이다. 퀸타일즈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특수한 계약 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퀸타일즈의 풋옵션 행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따른 주식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것도 이면 합의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퀸타일즈의 풋옵션 행사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각각 퀸타일즈 소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30만1천400주를 156억원에, 27만6천400주를 143억원에 취득한다고 지난 4월 28일 공시했다. 퀸타일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1주당 5만1천여원에 매각한 셈인데, 이는 15일 장 마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16만6천원에 비해 3분의 1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퀸타일즈의 풋옵션 행사 시기나 이유에 대해서는 행사 주체인 퀸타일즈 측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퀸타일즈의 풋옵션 행사시기를 볼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해당 시점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모종의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대기업이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오히려 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투기업 지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관련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대상지를 수의계약으로 싸게 사들이기 위해 형식적으로 외투기업을 만들고, 실질적인 사업은 국내 기업이 추진해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경제자유구역 내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과 관련해 수의계약이 가능한 외투기업의 외국인 지분 비율을 기존 '10%'에서 '30%'로 강화하고, 이 지분비율을 수의계약 체결일부터 5년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산자부의 입법예고안대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경제자유구역 내 기업 유치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대부분 조성토지가 공유재산에 포함돼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외투기업 악용이 투자유치를 저해하고, 경제자유구역 경쟁력 자체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경제청은 이 때문에 공유재산 수의계약 대상 외투기업 외국인 지분 비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 달라는 의견을 산자부에 보냈지만, 이를 산자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인천경제자유구역 입주 기업들이 외투기업 지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외투기업 악용 지적 사례 대부분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나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면서도 "외투기업을 설립할 때 현행 10%를 맞추는 것도 어려움이 있는데 30% 이상 외국인 지분을 넣을 수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별법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여러 규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한 경제자유구역의 특성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