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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민 전 대한적십자 평택지구협의회장
8월 16일 뜨거운 여름!! 폭염 속에 '청소년에게 배와 바다 알리기'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평택시 포승읍에 위치한 마린센터내 '평택해양경비안전서' 강당을 찾았다. 미리 받아본 일정표를 보고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막상 꽉 들어찬 학생들을 보니 '이들이 과연 이 교육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따라와 줄까?'하는 불안과 '학생이기에 더 잘하겠지' 라는 믿음이 교차됐다.

출항 첫날 평택해경 손경호 과장이 직접 강당에서 이론교육을 하고, 장소를 여객선으로 옮겨 실제로 구명조끼를 입고 해양경찰과 여객선 승무원 안내로 노란선을 따라 침착하게 퇴선 훈련을 받았다. 해난사고 시 상황에 따라 퇴선 방법이 다른데 3가지 상황(구조선으로의 퇴선, 구명정으로 퇴선, 바다 입수를 통한 퇴선)을 모두 훈련하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에 구명조끼까지 입고 묵묵히 교육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어서 진행된 조명탄으로 조난신호를 보내는 훈련은 퇴선 못지않게 중요한데 갑판에선 학생들의 모습이 실제상황을 방불케해 장엄하기까지 했다.

1차 훈련을 마친 학생들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밟고 여객선에 오르니 저녁 7시 드디어 출항이다. 부두에는 참가학생 부모님들의 배웅 속에 국제여객선 그랜드피스호는 머나먼 중국 땅을 향해 기적과 함께 힘차게 물줄기를 갈랐다.

출항 후 우리는 일반인출입이 통제된 여객선 관제실과 조타실에서 화면에 무수히 많은 점(선박)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통신기기를 이용해 서로의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교신 등을 실습했다. 바다에도 도로처럼 운행 약속이 있고 그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항해사에게 생소한 광경이 신기한 듯 잇달아 질문을 쏟아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여객선 제일 아래 기관실로 열기와 소음, 거대한 배관들은 영화에서나 보았던 그 모습이었다. 이곳을 보고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여객선 곳곳에서 많은 분이 일하고 계셨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첫 날 선상 체험훈련을 마치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입항한 학생들은 '청일전쟁 기념관', '적산법화원(해상왕 장보고 기념관)'을 관람했다. 특히 두 기념관을 보며 바다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고, 일찍이 우리 선조들이 바다의 중요함을 알고 선점했다는데 자부심을 느꼈다.

중국 현지에서 이어진 훈련은 우리가 묵었던 호텔 수영장으로 평택해경 최형철·박주용 경장이 잎새뜨기, 페트병 잡고 떠있기, 서로 손을 잡고 생존하기 등 일반 수영장에서 배울 수 없는 영법을 선보이며, 바다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교육이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이 시간이 가장 즐거웠고 유익했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마지막 특강은 돌아오는 날 여객선에서 교수님 두 분과 도선사께서 준비해 주셨다. 특히 인상에 남았던 대목은 평택대 중국어학과 박기철 교수님의 실크로드 특강 중 "한반도 5천년 역사 중 해양에서 가장 빛을 발한 시대는 바로 지금이야, 나는 여러분들의 미래를 바다에서 찾고 싶다"라며 청소년들에게 배와 바다를 알려주는 최고의 강의를 했고, 권영호 도선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무너져 가는 해양 산업, 유능한 우리 학생들이 이제는 바다로 나와 달라"는 호소에 참가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일정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교육에도 밝은 모습으로 따라준 학생들이 기특하고 그들 한 명 한 명을 챙겨준 조장과 인솔자분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열강해 주신 교수님, 도선사님, 또 이번 일정과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준 해경들의 수고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바다를 지켜주는 또 다른 경찰, 해경의 존재를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박용민 전 대한적십자 평택지구협의회장